나에게 올해 시월 첫날은 설렘과 감동으로 왔다. 순천에 있는 푸르넷 "사랑학원"에 다녀왔다. 최근 출간한 동시집 [어쩌면, 사랑] "북 콘서트"를 다녀왔다. 9월 초에 행사가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렘반, 걱정반으로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책 출간 후, 동인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원장님의 초대로 이뤄진 행사였다. 평론을 쓰는 원장님은 동시집이 울림이 커서 아이들과 동시 수업을 진행해 보고 싶다고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제안했다. 독자와의 만남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라 냉큼, 받아들였다.
학원 개원 1주년 행사와 곁들인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학원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내용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밝고 활기찬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작가를 많이 보고 싶어 하고 기다린다는 원장님의 언질이 있었지만,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안녕하세요!"라고 반겨주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밝고 환한 어린이들을 만나는 시간이라 나도 한참 어려지는 듯 행복했다.
동시집을 미리 읽고, 독후 활동으로 그림과 시를 쓰고, 질문을 찾고 작가를 기다려 준 어린이들이 정말 예쁘고 감동적이었다. 어린이들이 직접 찾아낸 질문들의 깊이와 다양성에 놀랐고, 학부모님들도 열 명 가까이 행사에 참여해서 독서지도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를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다 보니, 귀농하게 된 경위, 농원에서의 생활, 자연에서 만나는 꽃과 나무, 나비, 열매, 풀 등을 말하게 되었다. 동시집에 농원 사진이 14컷 있어서 자연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린이들의 독후활동에서도 동시집의 삽화인 사진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시에 맞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다. 파란 하늘, 초록바람 그런 것들을 어린이들이 더 그리워한다는 것이 보였다.
어린이들이 건성으로 책을 읽지 않고, 정말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했고, 작가는 방학에 무엇을 했는지, 시처럼 학원을 빼먹은 적이 있었는지, 동백꽃을 진짜로 좋아하는지, 초록이불은 누구에게 덮어주고 싶었는지, 내려앉을 용기란 무슨 뜻인지, 파란 하늘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동시들 제목이 좋은데 제목을 잘 짓는 방법은 무엇인지... 동시를 속속들이 읽고 상상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춰서 공감하기도 하는 등 자유롭고 반짝이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며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질의응답과 동시 낭독 시간이 끝나고, 추첨권 행사와 사인회가 남았는데, 사인회를 먼저 해야 한다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던 어린이들~ 너~~ 무 예쁘고 고마웠다.
어쩌면, 생애 처음일 수도 있을 작가 사인을 받고, 책을 가슴에 품고 좋아하던 아이들~~ 하나같이 밝고 똘똘한 어린이들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면서, 원장님이 아이들을 진짜 따뜻한 사랑으로 지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혼자서 동분서주 행사를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원장님께 감사드리며, 남은 시월도 마음껏 행복한 시간 만들어 가시길 기원한다. 꽃과 떡과 과일과 음료, 작가와의 만남을 기념하는 수건까지 완전 최고의 시간이었다. 학교처럼 큰 장소는 아니었지만,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어린이들과 직접 만나서 동시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밤 7시에 출발해 한 시간 반 동안 운전해 돌아오는 차 안에는 무척이나 애정하는 김광석 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력 때문에 야간 운전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큰 숙제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아직 식지 않은 벅찬 감동이 집으로 향하는 마음을 더욱 행복하게 했다. 그날의 사랑스럽던 시간이 아직도 가슴을 출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