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성장하고 있는 것들

농원의 겨울 풍경

by 민휴


블루베리 하우스에 커튼을 젖히고 들어선다. 아직도 휴식기이지만, 조그만 꽃눈, 잎눈이 보인다. 올해, 1월 말에 잎사귀를 모두 떼어 냈었다. 그때는 잎사귀가 거의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올해 새로 나온 잎이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낙엽이 된 비율이 높았다.



현재, 나무에 달려 있는 잎이 30~40% 정도 남아있다. 기본적으로는, 이파리를 제거하는 것이 나무의 생육에 좋다. 이파리에 충들이 알을 까 놓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파리를 제거해 화분과 바닥에 떨어진 낙엽까지 하우스 밖으로 빼내서 블루베리 하우스 내부의 청정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1월 말까지 마쳐야 할 작업이다.



아직도 붉은 잎을 매달고 가을인 듯 겨울인 듯 군데군데 붉은 나무와 이파리가 몇 잎 남지 않은 나무가 있는 걸 보면, 계절을 받아들이는 나무들의 반응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끼기에는 혹독한 겨울이지만, 나무들은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는 듯 이파리를 매달고 있다.



작년에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해 주었던 지인들이 올해는 이파리 안 따줄 거냐고 물어 온다. 바쁜 우리를 위해 이 추운 겨울에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지인분들이 너무도 감사하다. 주위의 소중하고 따뜻하신 분들 덕분에 이 겨울이 매양 춥지만은 않다. 세상은 이타심으로 온기를 품고 흘러간다고 믿는다.






쉼터 만들기에 바빠서 복숭아나무를 본지가 오래되었다. 남편은 지니를 산책하며 돌아오는 경로를 복숭아 밭으로 정해서 매일 과수원을 살펴본다. 나도 나무의 상황을 직접 보고 싶었다. 겨울 추위를 맨몸으로 견디고 있는 복숭아나무의 안부가 궁금했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라 추운 곳이지만, 블루베리 하우스가 바람길 입구를 막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는 나무 밑동 쪽에 제초 매트를 깔았기에 월동준비도 된 것 같다. 초록색 풀들이 이불처럼 밭 전체를 덮어주고 있다. 12월에 뿌리 쪽에 유기질 비료를 뿌려 준 것도 영양과 보온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숭아나무에 직접 들은 말은 아니고, 순전히 내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붉은 몸피로 꽃눈과 잎눈을 부지런히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건강하게 활동하는 것 같아서 고맙고 또 고마웠다. 나무들아! 올해도 잘 부탁해! 봄에 예쁘기로 소문난 복숭아꽃들 많이 피워 줘~ 초록색 이파리가 무성하던 여름날도 떠올려 본다. 올해는 초보라는 엄살을 버리고, 우리도 네가 몸으로 하는 말 잘 살펴 들을게~♡




[쉼터 만들기]


결혼 이후, 정년까지 직장에 다닐 때는 집안의 못 하나, 전등 하나 손대지 않았던 남편이다. 뭘 해 달라고 말하는 걸 잘 못해서 내 손으로 해결하며 살아왔었다. 남편은 퇴직 후, 농부가 되면서 맥가이버로 변해가고 있다.



싱크대 수전 연결, 싱크대 배수로 외부 작업, 세면장 바닥 배수 구멍 뚫기, 외부 배수로 연결 작업, 세면장 바닥 시멘트 처리 작업 등 유튜브로 배우고, 철물점, 자재센터, 관련 종사자 등 가리지 않고 묻는다. 직접 해 보고 안되면 다시 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가고 있다.



어깨너머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보고 있으면, 방법을 알 것 같아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전기 작업은 무섭고, 이해하기 힘들다. 전선의 표피를 벗기고, 연결하고 스위치를 올렸을 때, 불이 들어오면, 진짜 맥가이버 같다.





세면장과 화장실 쪽, 천장에 합판 붙이기 작업을 했다. 삼나무 향이 짙게 퍼져서 아로마 테라피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대롱거려서 불안하게 했던 전등도 예쁘게 부착했더니, 전체적으로 밝은 빛이 퍼졌다. 각도 절단기를 이용해 합판을 자른다. 기계를 사용할 때는 조심조심 숨까지 참는다.




벽체에 플라스틱 합판을 붙이고, 테두리 몰딩까지 마무리하면 훨씬 더 멋진 공간이 만들어질 예상된다.





세면장 바닥 만드는 작업을 했다. 방수 시트를 붙이고, 매쉬(격자 철망)를 깔고, 몰탈(모래+시멘트) 두 포를 사용했다. 몰탈을 반듯하게 펴고, 발로 다졌다. 물을 줘서 공기층을 없앴다. 3회 반복하니, 원하는 높이가 되었다.


다지고, 반듯하게 만들고, 배수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평을 맞춘다. 물을 뿌리고, 골고루 스며들도록 물을 펴 준다. 바닥을 다시 반듯하게 만든다.





한 평도 채 안 되는 공간이 하루치의 공력을 필요로 했다. 이 작업은 내가 돕지도 못하고, 오롯이 옆 지기 혼자 해 낸 일이다. 쪼그리고, 구부리고, 무릎을 꿇고... 이런 정성이면 어떤 일도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바닥상태를 살펴서 타일 붙이는 공정을 작업해야 한다.





문짝 만드는 작업을 했다. 생활공간과 세면장 쪽을 분리하는 곳에 설치할 도르래 문짝이 필요했다. 당근에 찾아봐도 없고, 인터넷 쇼핑에서도 우리 쉼터의 치수에 맞춤한 문짝을 찾기 어려웠다. 옆지기가 직접 문짝을 만들기로 했다.



레일과 바퀴들은 인터넷으로 구입했고, 문짝은 직접 만들었다. 5mm 두께 합판을 두 장 잘랐다. 가운데 부분에 3.8Cm 각목을 덧대서 부피감을 주었다. 세로 길이의 중간에 4개의 사이목을 설치했다. 난방 효과를 위해 가운데 부분에 스티로폼을 넣었다. 양쪽에 합판을 붙였다. 조금이라도 떠 보이는 곳은 타카 핀으로 다시 고정했다. 망치로 다시 두드려서 고정하고, 세워서 뜨는 곳이 보이면 다시 타카로 고정했다. 맨손으로 비틀어진 곳이 없는지를 만지고, 살피고, 보고 또 보고... 페인트칠을 하고, 레일을 설치하고 문짝을 고정하면 마무리된다.





쉼터 만들기의 순차적 공정을 알고 계시는 최 회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원래 집 하나 지어지면 목수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천리를 꿰고 계시는 최 회장님이다.


나무도 우리도 매일 성장해가고 있다. 2026년에도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조금씩 더 자라면서 좋아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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