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그림이 된 사람. 직접 만든 문짝에 페인트를 바르고 있다. 빈틈을 가리고, 두꺼운 부분을 고르게 펴고, 못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덧바른다. 말 수 적은 옆지기는 영원히 페인트만 칠할 것처럼 삼매경에 빠졌다. 본인 생각에 마땅치 않은 세상도 스스로 페인트를 칠하 듯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아니, 오로지 문짝에 페인트 칠하는 일 이외에는 모두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툭툭 말을 걸던 나도 잠시 그의 침묵을 지켜 준다. 그는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고, 나는 사진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 속에 들어간 사람.
지니는 지석강의 물새를 지켜보다가 물새가 하늘로 날아오를라치면, 방향을 감지하고 재빨리 발돋움하여 새를 따라 달려간다. 잡아 보겠다는 것인지, 함께 가자는 것인지, 꼭 다시 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지니의 놀이터 역할을 하도록, 30m 밧줄에 묶여 있는 지니를 살짝 풀어줘 보고 싶은 순간이다. 새가 날아간 하늘을 보며, 여전히 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제 몸을 버팅기고 있다.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지니를 묶어 놓은 내가 죄스럽다.
감기몸살로 나흘 동안 농장에 가지 못했다. 둘째가 가장 심하게 앓아서 둘째를 보살펴야 했다. 잘 아프지 않고 건강한 편인데, 기관지가 약해서 찬바람을 이기지 못한다. 연말연시에 센터가 휴원해서 농장에 출근할 때, 이틀을 데려갔었는데, 너무 심한 감기가 왔다. 둘째가 아프면서 우리 부부도 감기 환자가 되었다.
지니의 수호천사를 자청한 옆지기는 지니가 걱정되어 하루도 쉬지 못하고 농장에 출근했다. 옆지기 혼자서 쉼터 만들기 작업을 계속했다. 세면장 바닥에 타일을 붙였다. 리빙 보드로 벽체를 붙이고, 실리콘으로 마무리하면, 바닥 쪽이 말끔해진다고 한다.
문짝을 붙일 자리에 위쪽 문틀을 만들어 고정했다. 문짝을 만들었던 방법으로 문틀의 두께를 맞춰 제작했다.
문틀 위치에 고정하고, 페인트칠까지 완성했다. 욕실 쪽은 나무판자로 깨끗하게 마감했다. 욕실 쪽 벽체 반사필름 붙인 곳에 반사 필름이 떨어지지 않도록 타카로 고정했다. 그 위에 플라스틱 방수 마감재인 리빙 보드를 붙이면 벽체가 완성된다.
지난 23일에 낙상으로 눈주위를 크게 다치신 엄마를 모시고 안과에서 2주 후에 점검하기로 예약되어 있어서 다녀왔다. 병원 근처에서 근무하는 사촌언니가 점심대접을 하겠다고 부모님 함께 오시면 좋겠다고 해서 아빠도 동행했다. 안과에서는 다행히 엄마 눈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한 달 후에 마지막 점검을 하자고 예약을 잡아 주셨다.
팔방미인인 그는 마음까지 따뜻해서 고마워하는 외삼촌부부(우리 부모님)께 뵐 수 있어서 행복하고, 대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용돈 봉투까지 드린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마음까지는 춥지 않은 이유다.
흐뭇한 외출을 다녀오신 부모님이 편안해 보이셔서 좋다. 그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남겨 두었다. 우리는 또 이렇게 따스한 풍경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