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자 동화집 『내 왼편에 서 줄래?』(문학과지성사, 2019)를 읽고
장성자 작가는 제주 출생. 『모르는 아이』로 제11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비거, 하늘을 날다』 『초희의 글방 동무』 『군함도』 『여기가 상해 임시 정부입니다』 『신선대 애들』 등이 있다.
5-6학년 아이들이 주인공인 동화다. 친구, 장애, 연인, 대화 등 고학년 아이들의 생애주기 특성에 맞는 주제를 내용으로 아이들의 심리를 묘파한 서사들이 펼쳐진다. 네 편의 단편에서 만난 아이들의 고충과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함이 전해진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듣고 싶은 말이 있어도 기다려 줄 아는 성숙한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은 친구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생력이 있다는 것을 믿게 한다. 장성자 작가님이 전하는 위로와 응원이 든든하다.
「단세포 생물」
친구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목격한다. 선생님이 휴대폰을 찾는다는 것을 알지만 친구를 고자질할 수는 없다. 친구는 레벨 높은 게임을 하고 싶어서 만졌다고 한다. 휴대폰의 행방을 찾는 선생님과 엄마의 마음을 알지만, 쉽게 말하지 못한다. 친구와 같이 휴대폰을 만졌던 아이가 휴대폰을 어딘가에 버렸다. 주인공과 친구는 함께 학원 건물의 화장실 휴지통을 뒤져 휴대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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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생각만 하는 사람을 이르는 은어인 단세포 생물. 주인공은 없어진 휴대폰과 그 폰을 만지던 친구를 걱정하느라 온통 정신이 없다. 친구와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주인공이 예쁘다.
「다시 0일」
6학년 재원은 윤하를 좋아한다. 학교에서도 연인처럼 다정하게 보내고 싶은데, 윤하는 친구들이나 엄마한테 비밀로 하자고 한다. 윤하는 성격도 밝아 친구가 너무 많다. 연인 1일 차에 신경 쓰인다고 헤어지자고 한다. 재원은 다시 1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멋지게 다듬고, 옷도 사 달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윤하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다음날은 멋지게 행동하면서 윤하를 위해서는 아무 일도 안 한다. 밀당의 고수다. 작전은 성공해서 윤하에게 다시 사귀자는 문자가 오지만, 자존심 상해서 아니라고 해 놓고 손가락을 물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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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고수다.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작전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결말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방 이뤄질 거라는 예감이 든다.
「내 왼편에 서 줄래?」
준재는 개학 첫날 키순으로 짝을 정한다. 짝이 왼편에 앉게 되어 기뻐한다. 정훈이 시력이 나쁘다며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한다. 하필, 준재의 자리를 콕 집어서. 선생님께 말도 못 하고 자리를 바꾼다. 준재는 어릴 때 중이염을 앓은 후유증으로 오른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일부러 티 내고 싶지 않아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다. 소라는 준재와 어릴 때부터 아는 친구로 다리가 아파 잘 걷지 못한다. 늘 웃는 밝은 친구다. 수련회를 앞두고 선생님도 엄마도 걱정하며 소라한테 수련회에 가지 말라고 한다. 준재는 소라가 수련회에 나오기를 바라면서 늘 음악 속에 숨어 산다고 소라한테 소리 지른다. 수련회 가는 날, 버스에서 준재는 짝인 영석에게 오른쪽 귀가 안 들린다고 말해버린다. 영석은 흔쾌히 왼쪽 자리를 바꿔 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소라도 수련회에 참가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게 한다. 선생님도 엄마도 어쩌면, 어른들이 더 많은 편견을 갖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이겨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하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말하기 싫은 것을 말할 용기를 준다. 말했다는 것은 친구를 믿는다는 것이라서 따뜻한 아이들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단톡방」
모둠의 일곱 명은 단톡방으로 문자를 하느라 잠잘 시간인 줄 모른다. 주인공은 단톡방에서 민아의 옷차림을 놀리고, 민아가 단톡방을 나간다. 다음날, 학교에서 민아와 다투게 된다. 민아가 나간 뒤, 재수 없다는 말을 썼다고 누군가 민아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단톡방에서 허물없이 친해진 누군가를 의심해야 한다. 단톡방 이야기는 선생님과 학교 아이들, 학부모들에게까지 알파만파로 퍼진다. 주인공은 단톡방을 너무 편하고 좋은 곳으로만 생각했다. 다른 친구의 마음을 모르고 자기 기분대로 말해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톡방을 없애기로 한다. 민아까지 초대해서 사과하려고 했는데, 민아는 초대 거부를 하고 나가버려서 초대되지 않는다.
7년 전에 발행된 책인데, 단톡방 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리얼하게 펼쳐져서 놀랐다. 아이들의 심리묘사도 좋았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괴로웠을 것 같다. 소중한 단톡방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과감하게 반성하고 없애자고 하는 부분이 용기 있었고, 한 번 마음이 상한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한다.
어느 순간에 있더라도 나는 너를 응원할게.
네가 얼마나 많이 고민하는지 아니까.
다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게.
남들이 정한 틀에 너를 가두지 말고,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길 바랄게.
「작가의 말」에서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말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