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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vator Jul 29. 2023

정말 별로인 팀장님을 만났습니다(feat. 저격수)

누가 죄인인가!

나도 예전엔 누군가의 팀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를 부르면 항상 메모를 할 준비를 하고 달려가서


" 네 팀장님!"


하면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오늘은 또 뭘 시키려고 하나...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던 시간들..

항상 팀장님이 이야기한 것은 한 번에 이해해야 했고, 다시 물어보면 뭔가 일 못하는 팀원이 되는 것 마냥

한 번의 지시로 수정 없이 완벽한 결과를 내는데 온통 집중하면서 회사를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만났던 팀장님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내가 만났던 팀장님들은 모두 좋은 분들은 아니었다. 허나 참 별로였던 팀장님들에게도 배울 수 있었던 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하나는 제대로 배웠던 것 같다.


" 아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다른 팀과의 업무진행에 있어 문제가 생겼는지 어느 날 팀장님은 모든 팀원을 회의실에 모으셨다.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었는지 뭔가 팀장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팀장님은 모두를 모아놓고 지금 상황을 이야기하셨다. 당장 시급하게 조치를 취해서 해결해야 할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팀장님이 우리와 같이 해결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모두를 부르셨구나 싶었다.


" 기획팀하고 대화한 메신저 창 띄워보시겠어요?"


메신저상에서 대화했던 내용들을 하나씩 위에서 부터 검토해 나가셨다. 대화창에는 우리가 대화한 내용들이 모두 오픈되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 못되었는지를 밝히려는 것인지 누가 잘못을 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진 행동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공개 처형하는 느낌(?)이랄까 누가 잘못을 했는지 범인을 잡으려고만 하는 행동에 난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 저 죄송한데 지금 누가 잘 못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 상황을 수습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미 상황은 벌어졌고 우선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팀장님"


" 잠시만요~ 아 여기였네~ oo님만 남고 모두 나가주세요."


모든 팀원을 부르고 결국에 진행된 것은 누가 실수를 했는지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는데 왜 공개적으로 진행해야만 했을까?


의도가 뚜렷하게 보이는 행동이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상황수습보다 누가 실수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춰야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내 모습은 요즘 표현으로 mz성향이 강해서 진짜 꾹 참고 있다가 너무 답답하면 솔직하게 윗사람에게 생각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 분위기에서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을 모든 팀원들은 지금도 농담 삼아 이야기해 준다. 


" 진짜 속이 후련했다고!"  


이후에도 팀장님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항상 누가 잘못을 했는지를 찾기에 바빴고, 결국 우리는 실수가 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여 업무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팀장님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결국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져서 시작하는 팀장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수가 많았던 팀원을 상대로 의도적으로 택한 팀장님만의 해법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팀원들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나 같으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어떻게 해야 팀원의 실수를 줄이고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을까?


내가 만난 한 팀장님을 통해 난 하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의 팀장이 된 나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 나도 누군가의 팀장으로 매일 팀원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항상 자신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실수가 많고,  팀원들에게는 때론 답답하고 별로인 팀장으로 기억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실수를 밝혀내는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팀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이분 아니었으면 난 이런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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