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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회사가 무너지는 신호들이 보입니다.

에필로그

by Motivator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회의는 시간 맞춰 진행된다.

월간 실적표에는 목표 달성률이 찍히고 대표는 “좋아요. 계속 이렇게만 갑시다.”라고 말한다.

모두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회의는 마무리된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흔들림을 감지한 사람들은 분명 알고 있다. 회사 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균열들을...


1. 리더가 흔들릴 때 시작되는 균열

조직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리더의 균형이 무너질 때다. 신기하게도 리더의 균형은 보통 외부의 충격이나 자극이 아니라 스스로의 무감각함을 통해 무너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더는 모든 답을 알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자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기둥이어야 한다.


그러나 피로에 젖고 의심에 잠기고 자기 방어를 우선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균열은 퍼진다. 회의에서 던진 한마디의 무게가 달라지고 결정은 미뤄지며 사람들의 표정엔 ‘이게 맞나?’ 하는 기류가 스친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으며 자신은 항상 올바른 기준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본인의 기준과 방식을 설명하고 강요하며 상대방의 부족한 점들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하기를 반복한다.

이처럼 리더의 흔들림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시작되기가 일쑤이다. 리더의 흔들림은 조직 전체에 불확실성을 전파하고 그 빈자리는 불신이 메우게 된다. 리더가 흔들리게 되면 팀은 붕괴의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리더는 팀원과 이야기하기 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사실 행동으로 보여주면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팀은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2. 문화가 껍데기가 될 때

회사가 잘될 때는 문화가 문제 되지 않는다. 이 시기에 문화는 그냥 부수적으로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이것도 해볼까?라는 가벼운 접근에서 시작될 때가 빈번하다. 문화는 언제나 회사의 생존이 담보된 후에야 따라붙는 부수적인 요소로 취급된다.

하지만 문화의 진가는 회사의 위기에서 드러난다. 좋은 날에는 미션·비전·핵심가치가 사람을 묶어주는 것 같지만 어려운 날에는 그것이 단지 벽에 걸린 문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문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하는데 겉치레로 만들어진 문화는 조직 안에서 아무런 작동을 하지 못한 채 문구로만 남아 있다. 결국 사고와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하는 문화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원팀입니다.”를 외치던 조직이 성과 압박 앞에서는 부서 이기주의로 갈라지고
“사람을 중시합니다.”라고 말하던 회사가 구조조정 때는 기여도와 무관하게 사람을 내보낸다.

문화가 선언에 머물면 구성원은 믿지 않는다.
믿음이 깨진 자리에는 협력이 아니라 각자도생의 본능이 자리 잡는다.


3. ‘적당히’라는 새로운 기준

회사가 흔들릴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변화는 사람들이 ‘적당히’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마감만 지키면 되고 회의 준비는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결과물은 요구 수준을 충족하지만 더 나아가려는 시도는 사라진다. 더 무서운 건 직원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되지’가 당연해지고 ‘잘’ 하는 것보다 ‘무난히’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게 된다. 이 적당함은 금세 조직문화로 굳어지고 새로 합류한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4. 흔들림 속의 균형을 찾는 사람들.

흔들림의 신호는 분명 모든 직원들이 느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신호를 읽고 난 후의 행동이다.

흔들림의 신호를 감지하고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막아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변화를 시도하지만 혼자 싸우다 지쳐 떠난다. 반대로 신호를 외면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 묘한 편안함을 느낀다. 마치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듯 신기하게도 금세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규칙은 단순해지고 기대치는 낮아지고 더 애쓸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떠나는 건 유능한 인재이고
가장 오래 남는 건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흔들림 속의 균형이야 말로 회사가 무너지는 이유 중의 가장 강력한 요소이지 않을까?

회사가 무너지는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균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고 조금씩 벌어지다가 어느 날 모두가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균열은 커지게 된다.

리더의 흔들림, 문화의 부재, 적당함의 확산.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면 무너짐은 이미 절반을 지난 것이나 다름없다.


5. 글을 마치며.

"흔들리는 회사에는 이유가 있다"를 통해 리더, 조직문화, 직원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회사를 들여다보았다. 글을 쓰며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회사를 살리는 것은 시스템이나 제도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추상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다.


출근길에 서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나는 지금 이 회사가 무너지는 신호를 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외면하는가 아니면 바꾸려 하는가?”


흔들림 속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놓치는 건 ‘선택할 권리’다.

버티는 게 익숙해지고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보내며 내 시간과 가능성을 스스로 깎아먹는다. 하지만 회사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은 행동이 될 수도 이직 준비가 될 수도 나만의 성장을 이어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권을 포기한 채 무감각하게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회사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작은 균열을 방치하느냐 메우느냐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우리’ 속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권리를, 절대 스스로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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