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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야기 5. 회사는 별로인데 사람들은 착하다네요.

by Motivator

"우리 회사는 참... 사람복은 많아. 회사는 참 별로인데 그래도 사람들은 다 착하잖아~"

" 어딜 가나 다 비슷해. 그래도 같이 일하는 직원들 보면 모난 사람들도 없고 사람들 좋잖아~"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이 말을 꺼내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의 방향이 잘 보이지 않고, 일은 늘 고되고, 성과는커녕 내 커리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는 상황.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도 우리 팀은 괜찮잖아.”
“사람 복은 있지.”

그럴 때면 마음이 좀 애매해진다. 정말 이 말이 위로가 되는 걸까? 아니면 기대할 게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는, 묘한 체념일까?


착한 사람들이 모인 회사가 왜 이토록 별로인 걸까?

회사이야기를 하다가 ‘사람은 착하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그 과정을 잘 생각해 보면 서로의 현재 상황에 대한 변호를 하기 위함은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회사의 구조나 방향성, 리더십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엔 마지막 이야기는

"그래도 우리 회사 사람들은 좋은 것 같아"
"우리 팀은 진짜 착해."

그 말 안에는 애정이 묻어 있지만 그만큼, 뭔가 포기한 감정도 함께 느껴지기 마련이다. 회사에 바라는 게 더는 없을 때, 그래도 함께 일하는 사람만은 다르다는 사실에 서로를 붙잡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괜찮다'는 말은 지금 이 회사가 사람 말고는 괜찮은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말이 오가는 순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조직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사람으로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구조는 헐겁고, 방향은 흐릿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도 하나씩 다 떠나가고 있다는 것을

조직이 무너질 때, 그 안을 지탱하는 건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그 착함은 회사의 버팀목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만으로 버티는 회사는,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도 결국, 지치기 때문이다.


침묵을 착함으로 오해하지 말자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정말 우리 회사엔 ‘착한 사람들’만 남아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말하지 않는 사람들만 남은 건 아닐까? 불만을 꾹 삼키고, 변화는 기대하지 않으며,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넘기는 사람들. 그들을 우리는 '착하다'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말없이 참는 사람들’이 회사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 침묵이 조직을 더 침묵하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런 말을 들으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그래도 사람은 좋잖아.”
이 말이 더 이상 따뜻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 조직에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신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사람이 마지막 위안이 된다는 건,
회사가 더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좋은 사람’이 모인 조직이라면 그들은 말할 것이다. 불편한 것을 드러내고, 함께 바꿔보자고 제안할 것이다. 침묵 속의 착함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용기 있는 착함이라면, 우리는 그때 비로소 사람도 좋고 회사도 좋은 조직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별로였던 회사에 착한 사람들이 모인 걸까?

아니면, 착한 사람들이 모여 좋은 회사였는데, 언젠가부터 회사만 별로가 되어버린 걸까?

그리고 지금, 그 착한 사람들은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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