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거 들었어? 우리 자리 바뀐대. 다음 달에 이사 간다더라.”
“아, 그래?”
“홍보실도 본부로 격상된대. 본격적으로 조직 개편한대.”
“정말?”
“아니, 어떻게 그렇게 관심이 없냐? 지난번에 공지 떴었잖아.”
“그랬던가?” ^^;;
“해외 매출도 이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대!”
“오~ 잘됐네. 근데 그럼 뭐가 달라지는 거야?”
“…응? 뭐가 달라지냐고?”
회사는 늘 무언가가 바뀐다. 좌석이 옮겨지고, 부서가 통합되고,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다. 대표의 메시지가 슬로건으로 내걸리기도 하며, 매번 변화되는 부분에 대해 직원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갈수록 건조해지고. 직원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직원들은 정말 관심이 없는 걸까?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던 직원은 거의 없다.
한때는 조직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의견을 내던 직원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침묵하기 시작했다. 왜일까?
첫째, 변화는 익숙한데 결과는 낯설다.
회사는 늘 말한다.
“이번 변화가 꼭 필요해요. 좋아질 거예요.” 하지만 직원의 일상은 바뀌지 않는다. 변하는 건 늘 부서 구조나 조직도일 뿐이다. 내 일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책임만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기대는 “이번에도 똑같겠지”라는 체념 속에 묻혀버린다.
둘째, 일방적 전달만 있고 소통은 없다.
조직의 공지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어렵고, 대화는 여전히 없다.
조직은 “왜 변화가 필요한지”만 반복할 뿐, 그 변화가 “직원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직원에게 남는 것은 늘 비슷하다.
“이번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겠구나.”
직원들과의 소통이라며 긴 글을 통해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결국 조직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기에...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채운 공지문의 설명글은 직원들에게는 그럴싸한 포장으로만 보일 뿐이다.
셋째, 단 한 번도 반영되지 않았던 의견 때문이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직원들은 이미 말해봤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고 현실적인 고민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형식적인 대답이나 침묵뿐이었다. 말해도 바뀌지 않으면, 결국 말하는 것조차 포기하게 된다. 직원들의 무관심한 반응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조직은 종종 오해한다.
“요즘 직원들은 관심이 없어.”
“자기 일 말고는 다 무심해.”
“그래서 변화가 어려운 거야.”
직원이 처음부터 무관심했던 것이 아닐 것이다. 조직이 말만 하고 직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서, 직원들도 입을 닫고 귀를 막는 법을 배운 것이다.
회사는 때때로 직원의 말을 듣기 위해 회식이나 팀 모임, 소규모 티타임을 강조한다. “편하게 이야기하자”, “회식 자리가 오히려 진짜 의견이 나오는 시간이다”라고 말하며, 마치 그것이 ‘진짜 소통’이라 착각한다.
실제로 그 자리에서는 격 없이 이야기하는 직원도 있다. 불편한 점을 토로하거나, 개선할 아이디어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이야기가 현실로 이어지지 않으면, 조직은 또다시 신뢰를 잃는다.
더 무서운 건, 그 자리에 나온 일부 목소리를 가지고
“직원들이 이렇게 생각해요”라며 일반화하거나,
“봐, 이야기 잘하잖아?”라며 현실을 오해하는 리더들이다.
회식 자리에서는 이야기해요 = 직원들이 소통하고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건 오히려 직원들이 평소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이미 말을 포기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진짜 소통은 술잔 기울이며 나오는 넋두리가 아니라, 일상에서 안심하고 꺼낼 수 있는 말의 흐름에서 시작된다.
직원이 다시 조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려면,
먼저 조직이 직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직원들이 조직의 메시지에 반응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에 대한 기대를 접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서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싶다면 직원들에게 다시 기대할 수 있는 이유부터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필요한 건 더 자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믿을 수 있도록 행동이 먼저 바뀌는 것.
그때 비로소, 조직의 메시지는 소음이 아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