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으로 시작하여 많게는 수억씩을 들여 기업들은 컨설팅 펌에 문제 해결을 의뢰한다. 사내에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늘어나고 그들은 많은 팀들과 접촉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듣고 수집하게 된다. 수십 장의 슬라이드를 꽉 채운 보고서로 그들은 결과를 이야기하고, 두툼한 보고서를 담당팀에게 전달하곤 기업을 떠난다. 그렇게 또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실행하고자 다짐한다.
정리한 보고서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사실 많은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받을 필요 없이
문제는 이미 직원 모두가 아주 잘 알고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두 세 사람이 모이는 곳에만 가보면 참 다양한 말들이 오고 가고 있다.
"우리 회사는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아니다 진짜 hr이 문제야, 채용단에서도 그냥 채널만 늘리고 뭐 본질적인 해법을 못 찾고 있으니
사람이 뽑히겠어?"
"사람을 뽑으면 뭐하냐고 업무 흐름이 다 끊겨있어서 새로 누가 와도 또 이쪽에서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또 나가기 마련이고… 이거 업무에 대한 history관리부터 뭔가 다 틀을 고쳐야 해"
정말로 신기한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도 아닌데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는 점이다. 컨설턴트가 인터뷰한 내용보다도 더 실제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실제 조직의 문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이야기된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대상 앞에서는 그렇게 말을 아끼게 된다. 아니 아끼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왜 우리는 정말 들어야 할 사람 앞에서는 이야기할 수 없을까?
지금까지 조직문화와 조직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본질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용감하고 투명한 조직을 만나본적은 아쉽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많은 문제를 발견해내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 실제적으로 무엇을 변화시키자고는 하는데 진짜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의지의 발화점이 대표 이사에서부터 타오르는 것인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문화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은 실제 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외부에서 평이 좋지 않은 분위기도 실상 그 안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자극도 주지 못할 때도 있다. 아니 오히려 만족하는 case도 존재하기도 한다.
타 기업의 제도나 문화를 학습하여 적용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시도이다. 그것이 우리 조직에 잘 맞을 수도 있는 확률은 존재하니까…
하지만 문화는 알면서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이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좋은 것을 바로 적용한다 한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는 많은 저항과 마주할 수밖에 없고,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들은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면서 업무에 임할 수밖에 없다.
모든 정보가 오픈되어있는지?
내가 새롭게 확인한 정보를 정보가 필요한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지?
그 과정에 있어 온전하게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지?
난 새로운 조직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위의 세 가지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본다.
자칫 잘못하면 '보이는 것을 문화'라고 생각할 때가 참 많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참 좋은 문화를 갖추고 있구나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조직의 대표가 맨날 소리치면서 욕을 하고 직원들을 나무라기만 한다면, 그 회사의 조직문화는 실상을 가리고자 만들어낸 포장에 불과하다. 소리 없는 아우성만을 키워내며, 직원들의 피로도만 높일 뿐 건강한 문화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