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혹은 20년 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인터뷰 캠프 27일 차

by 해리안

2035년 12월. 우리는 쉰다섯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겠네. 이왕이면 따듯한 캘리포니아이면 좋겠지만, 텍사스나 시애틀도 괜찮겠다. 큰 아이는 새로운 삶에서 잘 적응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까. 막내는 이제 막 대학을 들어갔겠다. 아이들 둘 다 독립을 했다면, 중년 부부 둘이서 적적할지도 모르겠다. 큰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겠지. 그렇게 가지고 싶던 큰 다이닝 테이블은 마련했겠지만, 거기서 둘만이 저녁을 먹어야 하면 쓸쓸할 것 같기도 하다. 마당이 있는 예쁜 이층 집에서 살고 있다면 좋겠다. 앞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뒷마당에는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을 탁구대나 수영장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와이프가 맘껏 열대 식물들을 키워 집이 초록초록 하지 않을까.


늘 그랬듯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연구직이겠지. 10년 뒤라면 AI가 세상을 이미 바꾸어 놓았을테고, 그 세상에서 과연 어떤 분야에 속해있을지는 가늠이 되지 않지만, 일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좋겠다.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 정상적으로 소통하고, 정상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더 욕심내지 않겠다. 외노자의 외로운 삶에서 고통받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주변에 마음을 통할 수 있는 직장 동료들이 한두 명 정도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들이 건강하시길 바란다. 뒤늦게 미국으로 삶을 이주해 버린 자식들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경제적, 마음적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와이프는 따듯한 나라에서 비로소 삶의 재미를 찾았기를 바란다. 일이어도 좋고 취미여도 상관없다. 20년을 일로 고생하였으니 또 다른 20년은 쉬어도 좋겠지만, 그녀 성격에 분명 무슨 일이든 하고 있을 것 같다. 파블로가 난로를 짊어지고 따듯한 남쪽 나라를 찾아 떠난 긴 여정. 그리고 비로소 살 곳을 찾아 해변가에서 선글라스 끼고 모히또 한잔하고 있던 동화 속 마지막 페이지. 그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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