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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Jan 11. 2023

비행기 창 밖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펐다.

말 한마디의 힘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시간


비행기 창 밖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펐다.


학원 강사 생활을 접고,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던 날.

한국어강사라는 내 꿈을 이루게 되었다는 기쁨 보다, 의미 없어진 지난날의

수험생활이 짓누르는 절망감으로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런 감정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복잡한 감정으로 그렇게 원했던 한국어 강사로 일하러 가는 길.

굳이 엄마와 아빠가  전주에서 공항까지 같이 버스를 타고 가주었다. 

여기저기 헤매며 길을 찾아가고 수속을 하는 번거로운 시간에, 허둥대는 

내 모습을 부모님이 보지 않았으면 했다.

겨우겨우 수속을 마치고

26살. 인생 처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TV에서만 보던 끝없이 펼쳐지는 비행기 창 밖의 신기한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된 기분이었다. 

몽골로 가는 세 시간 내내 하염없이 내리는

눈물을 누가 볼세라 닦아내리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러다

입국신고서를 받고 머리가 하얘졌다. 처음 써보는 것이라, 뭐라고 써야 할지를 몰랐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불안한 나의 마음을 알아채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도와주었다. 본인은 사업차 한국과 몽골을 오간다고 하셨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연락처를 주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연락처를 받고 감사하다고는 했지만, 


후에 연락을 드릴 일은 없었다.


나는 너무 잘 지내고 잘 적응했기 때문에..


돌아보면, 그때, 나에게 말을 걸어준 타인의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던 거 같다. 거짓말처럼,

그런 낯선 곳이라는 두려움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나는 그곳에서 가족과 같이 가까운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떠나올 땐 헤어짐이 아쉬워 펑펑 다 같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공항에 마중 나와 능숙한 한국말로, 나를 웃게 하던 학생.

게스트 하우스 살림살이를 사러 나랑톨 시장에 같이 가준 똑똑한 학생,..

동료선생님이 전해준 초콜릿.

타국에서 고생한다며,

식사를 대접해 주시던 외교관님..


어쩌면 내가 그렇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타인이 잠시 나에게 내어준 배려의 시간 때문이지 않았을까.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타인의 말 한마디가, 문득 가슴을 따듯하게 한다.

어쩌면, 작은 친절을 베푸는

우리가 선물이 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면, 천국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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