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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Apr 23. 2023

굴비가 맛없어진 날

아들은 영광굴비를 찾곤 한다.

 


중복되는 이야기가 있어서, 수정합니다.


아들은 유난히 굴비를 좋아한다. 친정에 가면 아침에 굴비 반찬을 먹곤 했는데, 저녁에 뭐 먹을까?라고 물어보면 항상 굴비를 먹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꼭 덧붙이는 말은 꼭 영광굴비여야 한다고 한다. 아침마다 영광굴비를 강조하던 할아버지의 말을 기억해서일 것이다. 아빠는 굴비 반찬을 정말 좋아하셨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에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멸치볶음이 나오자 온 가족이 울음바다가 되었단 이야기가 나온다. 행복한 저녁식탁은 그리움도 아름답다. 그리움이 아프기도 하다는 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깨닫는다.

 아빠는 국이 짜면 불같이 화를 냈다. 엄마의 음식이 항상 짜다고 했지만, 엄마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빠가 화를 낸 뒤에는 여기저기 풀어헤쳐진 굴비 마냥 집안 공기도 앙상했다. 우리 집이 힘들어지면서, 아빠는 엄마가 해주는 것보다, 밖에서 사 온 즉석우동 같은 것으로 저녁을 때우셨다. 저녁을 어쩌다 먹어도, 밤엔 꼭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드셨다. 후에 이런 습관들이 당뇨병에 치명적이었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병원에 스스로 가실 만큼 아픈 후에야 깨닫게 되셨다.

 엄마는 주말이면 최선을 다해서 아침을 차렸다.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빠는 엄마와 늘 다퉜고, 엄마가 차린 밥을 드시지 않는 날이 많았다. 어렸을 땐 돈 때문이었고 나중엔 주로 음식 탓이었다. 아빠는 엄마가 음식을 너무 짜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매번 엄마는 짜게 했다. 엄마도 때론 아버지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기도 하고 최선을 다 하는 중이었다. 미용실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와서 저녁을 차리고 청소를 했다. 명절에도 대목이라며 오히려 더 일찍 출근했고 거의 쉬지 않았다. 그러니 모든 스트레스를 어디에다라가도 풀어야 했을 것이다.


 나는 미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풀지 못했다. 

이젠 더 이상 굴비를 맛있게 먹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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