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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Apr 13. 2022

자연 발아는 늘 소중하다


자연은 소중하다. 늘 곁에 있기에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지만 누구라도 안다.

자연은 우리에게 베푸는 마음이 더 크단 걸.

자연과의 교감은 그래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신비로운 존재란 사실도.


하얀 꽃을 피우는 진짜 아카시아 나무에서 새 잎이 돋아난다. 

아카시아 나무 옆 사과나무에서도 잎이 파릇파릇하게 고개를 내민다. 

또 다른 나무에서도 새 잎이 돋아나는지 살펴보다 

지난해에 황금 꽈리 심은 땅쪽으로 눈길이 간다. 

아차! 싶었다. 

선생님 계실 적에 교육장 화분 어디서든 

자연 발아하는 품종이어서 따로 씨앗 채종을 하지 않았다.


우리 집 텃밭은 만들어진지 한 해 밖에 되지 않아 아직 흙의 생태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에 흙의 생태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을 작물은 심는 게 좋다 하여 재래종 완두를 심었는데

아무래도 여러 작물을 심다 보니 혹여라도 심은 완두 잎 그늘에 치여서 

자연 발아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황금 꽈리(식용 꽈리)는 내게 소중한 열매 중 하나고,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에...

완두보다 황금 꽈리가 소중했던 나는 잠시 고민했다. '완두를 전정가위로 다 잘라내야 하는 것일까.'  

한데 찬찬히 흙 위를 살펴보니 다행스럽게 내 새끼 손톱보다 작은 황금 꽈리 떡잎들이 보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마음이 놓였다.  

그것도 한곳만 아니라 군데군데 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황금 꽈리는 내가 부르는 애칭이고, 본래는 식용 꽈리, 땅꽈리라고 명칭이 붙은 품종이다. 

황금 꽈리는 햇빛이 강한 시기에 자란 열매가 맛이 제일 좋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철에 자란 황금 꽈리는 달콤한 맛이 떨어져서  

그때에 열린 꽈리 열매는 자연 발아할 수 있도록 땅에 뒹굴러 다니도록 냅둔다.

우기철이 끝나고 막바지 열매가 햇빛을 많이 받으며 자란 마지막 열매는 또 내 입으로 쏘-옥한다.

나머진 흙 위에서 바람도 맞고, 비도 맞고, 햇빛도 받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크기가 줄어들고 껍질은 서서히 얇아져 사라진다. 

겨울쯤 되면 3mm도 채 안 되는 작은 꽈리 씨앗들은  흙 사이사이 틈으로 들어가 깊은 잠을 잔다. 

시간 따라온 봄이 되면 언제나 한결같이 잠에서 깨어나 상큼한 연두 잎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러곤 나에게 마치 선물처럼 달콤한 열매를 준다.

키우는데 별 수고로움 없이 까탈스럽지 않게 잘 자라는 몇 안 되는 품종인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 준 만큼  그보다 더 큰 선물로 돌아온다. 

그렇기에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이 자연이고 보배로운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소중한 자연 유산(自然遺産)을 남겨주신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해본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킬게요. 선생님.'

'부디 평안한 곳에서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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