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s Kirkhams Lancashire Cheese
미세스 커크엄 랭커셔 치즈 농장의 마지막 날.
엿새간 머물렀던 농장을 떠나는 일요일 아침, 나는 그간 빌려 썼던 캐러밴을 구석구석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에 도착한 날부터 그레이엄은 근처 캠핑장에서 머물겠다는 나를 이틀 동안이나 설득해 그의 집 마당에 있는 캐러밴에서 지내게 해 주었다.
“우리 집 2층에 남는 방이 있어. 오늘은 우리 집으로 가자. 날이 너무 춥지 않아? 집이 불편하다면 마당에 캐러밴이 있어. 중고로 샀지만 새것처럼 깨끗해. 캠핑장은 너무 춥고 불편하지 않겠어?”
물론 캠핑장은 춥고 불편했다. 그렇지만 매번 농장주의 집에서 신세를 지는 게 미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레이엄에게는 세 살배기 딸이 있어 가족들의 생활 리듬을 깰까 봐 걱정스러워서 나는 여러 번 사양했다. 그런데 그레이엄이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볼 때마다 겨울처럼 추운 날씨라며 가족처럼 챙겨주었고 결국 나는 캐러밴으로 숙소를 옮겼다.
마당에 있는 거대한 캐러밴은 나의 5인승 RV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천국이었다. 낮은 천정 아래 구부정하게 앉아 전기 플레이트에 밥을 해 먹을 필요도, 시트를 젖혀 침남에 들어갈 필요도, 찬바람을 맞으며 샤워장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창문으로 밖을 보며 소파에 앉아 일정을 정리하고, 가스레인지로 요리해 식탁에서 밥을 먹고, 음악까지 켜놓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호사스러운 특급호텔이 따로 없었다. 결국 그 편안함에 몸이 흐물흐물 풀려 계획보다 하루를 더 머물고 떠나게 됐다.
그레이엄은 치즈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부 ‘미쳤다’고 했다. 숨 쉬듯 반응하는 커드를 매일같이 챙겨야 하고, 주말도 휴일도 없고, 온몸을 써가며 일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기 때문이란다.
“그래, 나도 정신이 나간 거지. 그런데 민희도 미쳤어. 이 먼 나라까지 치즈를 찾아다니는 용기는 정말 미친 거야.”
우리는 서로에게 “Crazy!”를 연발하며 작업장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농장을 나서는 길, 하루 두 번씩 푸짐한 영국식 백반을 차려주었던 어머니 루스와 아버지 존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들은 그들이 만들었던 음식보다도 더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붉은 벽돌로 지은 아담한 집 앞에서 노부부의 다정한 사진을 찍어 그간 찍은 사진들과 함께 그레이엄의 컴퓨터에 옮겨주었다.
“치즈 싸줄까?”
그레이엄이 숙성창고에서 잘 익은 랭커셔 치즈를 큼지막하게 잘라 내 가방에 넣어주었다. 엄마의 마음처럼 따뜻해서 떠나기 싫었던 친구의 집, 미세스 커크엄 랭커셔 농장이었다.
커크엄 랭커셔 농장
Kirkhams Lancashire
John and Ruth Kirkham, Beesley Farm, Goosnargh, Preston, Lancash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