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by 로사 권민희

마음의 어떤 방해도 받지않고,
한시간 이상 몰입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을 치유한다
말없는 침묵의 숲을 보든,
끊임없는 수다로 자신을 잊든,
치유의 기본은 그저 '나를 잊기'....

어릴 땐 무의식적으로 티비가 그 역할을 했고

그렇게 길들여졌다


바보상자라고 싫어하지만 티비에 나왔다고 하면 부럽고 한번쯤 돌아본다. 티비가 안좋다고 생각하지만 식당에서 브라운관은 자연스럽게 마음이 간다.
티비 프로그램은 잘 몰라도 누가누가 어쨌다는 건 노력없이도 정보가 들어온다. 예를 들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왔다던 돈까스집을 지나가며 본다던가, 돌아가신 할머니는 “요즘 테레비에 박찬호가 잘 안보이더라” 하시며 그의 은퇴를 내게 알려주셨다.
티비에 지배 당하는 것 같아 12년간 티비를 안샀지만 몇 해 전 티비를 사고 기꺼이 노예가 되기로 했었다. 침대도 아닌데 편안하고 술도 아닌데 취하고 애인도 아닌데 사랑스럽다. 심지어 만나면 좋은 친구다.
어릴 때 일요일 아침 만화가 나오는 시간에 온가족이 이불 속에 딩굴거리며 보던 기억이 있는 반면 폭력으로 부서진 기억도 있다.
어린 시절에 영상매체가 티비뿐이어서 신기하게 브라운관이나 모니터 액정을 봐도 티비와 연결이 된다. 경주행 KTX에는 천정에 모니터가 두개 달려서 영상을 뿜고 있다.
중고생때는 음악프로그램과 미니시리즈 드라마, 토요명화를 볼 수 있어 고마웠고, 비디오테이프 대여가 전성기일 때는 티비는 영화관이었다.
유투브 시대, 이제 유투브가 티비의 기능을 한다. 희소성의 차이로 귀함은 줄어들었지만 더욱 편리해진듯. 기차안에서 티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끄적이다 보니 눈이 침침하다. 여기까지.

단순 노동은 머리를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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