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마흔 살의 자서전 1

by 로사 권민희



1989년 과천 도서관은 나에게 치유의 공간이자 새로운 상상과 희망을 그리게 해주는 캔버스 같았다.

<12살의 봄>이라는 책을 콩닥거리며 읽었던 기억.

어린이실에서 성인 열람실로 처음 들어갔던 순간,

정기 간행물실에서 최신의 잡지와 뉴스를 만났던 짜릿함.

서고, 아 그 드넓은 책의 바다. 내 키보다 훌쩍 컸던 책장의 높이, 그 속에서 느꼈던 아늑함.

사춘기에 접어들던 내게 자유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공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바로 어제 같다.



2019년 나는 충주의 꿈 너머 꿈 도서관에서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30년의 시간들이 두 도서관 사이에 있다. 그 시간 동안 내 삶을 관통했던 키워드는 '사랑'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이성에게 느꼈던 호기심부터 친구, 동료, 도반, 지구, 우주로 뻗어나가며 느꼈던

여러 감정과 헌신, 소중함에 대해 배워나가는 시간들.

오전의 오리엔테이션에서 윤나라 선생님은 감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주었다.

감사란 '당연히 여기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내 가슴에 들어와 움직였다.

이 순간이 새로워진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으로 내 삶을 바라보려 한다.

삶의 기억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사랑을 보내는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다.



마흔 살의 자서전 제목으로 오후 강의에서 들었던 고도원 선생님이 이야기한 '운디드 힐러'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내 삶의 여러 순간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 지금의 모양을 만들었음을 안다.

내 삶에서 가장 빛나는 이 순간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바라보려는 것이 이번 2박 3일간 내가 하고 싶은 태도이다.

그리고 이 글들을 책으로 엮어 낸 후 앞으로 다가올 삶에 선물하고 싶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든 다른 이에게든 혹은 다가올 다른 삶에게든 말이다.

마흔, 자서전을 적어보기 딱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서 스무 살까지 숨은 쉬고 있지만 부모님의 삶의 모양대로 살게 된다.

이십 대가 되어 방황하고 깨지며 자신을 찾고, 그 속에서 발견한 가치로 삼십 대를 살았다.

하지만 사십 대가 되어보니 환경도 많은 변화가 있고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긴다.

제2의 사춘기가 된 기분이랄까?

그럴 때 고요한 마음으로 삶을 돌아보고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오십 이후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드는 비기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십 대는 사회적으로 커리어상 시니어의 나이이다.

그래서 조금 지루해지기도 하고 관성에 젖기도 한다.

인생은 계속 신장해 나아갈 때 의미가 있다. 시니어에서 준비하는 비기너 수업.

그것이 '마흔 살의 자서전'을 쓰는 이유로 괜찮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나를 찾기 위해 열의를 가지고 배웠던 대표적인 키워드 '춤', '글', '명상', '그리고'를 중심을 서술해 보려고 한다.

내면을 치유하고 그 에너지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연둣빛이 도는 나목들, 아름다운 공간과 사랑이 담기 음식, 그리고 맑은 얼굴의 사람들...

이 속에서의 시간들이 훗날, 기억이 되겠지.





2019년 3월 15일 꿈 너머 꿈 도서관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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