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지내는 날

권정민 14주기를 추모하며

by 로사 권민희

20대에는 재즈에 푹 빠졌는데 요즘은 클래식이 좋다. 매일 클래식 FM을 듣는다. 악기들의 소리가 생명력 있다. 긴장을 내려놓고 음악 속을 산책하다 보니 어제 적어보지 못한 꿈이 떠올랐다.


누군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 먼지 쌓여있는 꿈을 찾아주는 일. 그리고 삶과 꿈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일, 내가 일을 하는 이유다.


그 일을 위해 누군가 변화해 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일 인내와 사랑을 만드는 일, 편협함 바깥으로 나오기 등 매일 훈련하고 연습하는 것이 요즘 나의 주제들이다.


내게 이런 방향을 만들어준 사람 중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오빠 권정민이다. Alfred Brendel 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리 속에서 오빠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의 28년의 삶이 내게 남긴 것은 ‘용서’라는 화두였다.


나는 그때 절에서 행자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많았고 그게 너무나 당연했다.
182센티의 몸이 온기가 사라지고 재가 되었던 한순간.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했다.


오빠는 동생이 누군가의 꿈에 이끌려 그것이 자신의 꿈이라 여길 때, 자신의 무지를 바라보지 못할 때 너무 큰 깨달음을 주고 떠났다. 물질적인 삶이 사라지기 전에 내 안의 미움과 분노에서 벗어나는 것에 우선순위를 갖는 것을 종종 잊는다.


분노가 동력이 될 때가 너무 자동적이고 힘이 세다. 깨어있는 사랑을 동력으로 오늘을 살기. 그 공간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마음이 좋다. 일요일 오후 한 시 14주기 재를 지내는 날. 이젠 내가 오빠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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