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할머니

by 로사 권민희


이 집에 이사온지 얼마지 않아 옆집에 할머니와 중년 남성 모자가 이사 왔다. 임대인에 따르면 아들이 건강이 좋지 않다고 했다. 지난봄에 할머니가 바깥에 나와 앉아 계시는 모습에 마음이 쓰여 꽃 화분을 하나 사다 드리니 꽃이 피어 너무 기쁘다 하셨다.

그 웃음이 전염되어 웃음을 드리고 싶어 종종 과일이나 새로 한 반찬을 드렸는데, 웬걸 미식가였던 것이다. "이건 좀 간이 덜 되었다." "이건 너무 짜다. 더 무쳐야 한다." 하시며 도통 만족을 드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제 그만 드려야겠다. 몇 차례 생각도 했다.

지난 늦가을, 엠블런스가 갑작스럽게 오고 황망하게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덕분에 옆집엔 다른 아들, 딸, 손녀가 자주 들른다. 가끔 마음으로만 들여다보고는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하곤 했다. 아침에 종종 마주치면 잃어버린 친구라도 만난냥 좋아하셔서 가끔 민구 해질 때도 있다.

오늘 점심을 거하게 먹어서 귀가 후 집에서 홍삼꿀차 한잔 마시며, 가볍게 자야지 했는데 솔솔 고기 생각이 나는 거다. 아 고기를 먹으러 나갈까?(가끔 내가 명상을 가르친다고 채식만 할 줄 아는 분들이 계신데 죄송합니다. 삼겹살 좋아해요.) 생각하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 누구세요 했는데 말이 없다. 옆집 할머니다.

이도 하나도 없으시고 목소리도 잘 안 나오시는 분이다. 문을 열었더니 접시를 내민다. 파김치와 갓 담근 열무김치. 어눌하게 "딸이 담갔는데 맛이 없어." 하신다.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할머니는 꽤 오랫동안 맛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그릇 씻어서 가져다 드릴게요 했더니 지금 비워달란다. 겨우 우겨서 씻어서 드렸더니 잠시 후 다시 문을 두드린다.

이번엔 삼겹살 한 접시와 상추 한 주먹, 저녁 먹었냐고 하신다. 또 웃음이 난다. 다이어트는 잠시 미루기로. 인덕션에 프라이팬을 얹었더니 다시 쿵쿵 문을 두드리신다. 오이 한 개가 손에 들려있다. 우린 마주 보고 하하하하 웃었다. 웃음이 오늘 저녁 주메뉴. 적은 양이지만 고기 3점씩 얹어서 미어지게 먹는다. 너어무 맛있다.

만난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나는 할머니의 이름을 모른다. 도시에서 혼자사는 여성의 습관인지 모르겠다. 이름이 궁금하지도 않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할머니 이름은 뭘까 궁금해졌다.

할머니 세 차례 등장 후 우리집으로 이동한 음식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