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힐링콘텐츠 창작캠프 힐더월드 참가 소감

by 로사 권민희



지난 삶을 돌아보면 행운은 대체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행운이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말이다. 최근 내게 찾아온 행운을 생각한다.

우선 2019년 5월 아버지의 말기암 진단과 시한부 선고는 내게 삶의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는 행운이었다. 감정적으로는 압도되고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한편으로 나는 '기꺼이 함께 하기'라는 인격 향상 특별 훈련의 기회임을 느꼈다.

아빠는 내 삶에서 가장 오랜 적이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굉장히 오랜 시간 아빠를 미워했고 불편하게 여겼기에 비혼을 유지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24시간 간병을 함께하며 나는 알게 되었다. 아빠는 잘못했고, 나쁘다는 관점 속에 내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나도 아빠에게 잘못한 게 많았다. 스물셋에 한 마디 의논 없이 집을 나왔고, 내가 하고 싶은데로 살았다. 나는 내 멋대로 행동하는 게 부모님을 존중하는 것보다 우선이었다. 삶에서 이런 면들이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뿌리 깊은 상처와 원망심을 놓지 않았다.

병상에서 아빠와 함께 있으면서 나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기 시작했다. 20대부터 영적 스승을 찾던 나의 마음은 어쩌면 아버지를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트라우마와 콤플렉스 사이에서 시행착오를 했던 나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근원적인 나에 대해 정직해지는 시간들이었다.

최근 7년 남짓, 아빠와 나는 아봐타 위저드 과정을 배우기 시작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 닥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그 시간은 아빠의 일생에서 내게 남겨준 최상의 유산이었다. 아빠가 내게 보여준 한없는 지지와 무조건적인 사랑을 충분히 느끼고 경험했던 시간들은 앞으로 만들어갈 나의 삶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아빠와 나는 말기암 진단 이후에도 국내(울산, 목포) 등에서 열리는 아봐타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도전이었고 감동이었다. 이렇게 서로 마음 모으고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했다. 그 후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우리는 하루하루 정성껏, 슬기롭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에필로그가 아빠 이야기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출간이 되고 아빠가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시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올해 초 예상치 못한 변화로 시간을 만들게 되어 2019 힐링콘텐츠 창작 캠프에 참여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가슴을 열고 자신을 만나러 온 친구들을 만난 것 역시 행운이었다.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자서전 예비작가 워크숍을 함께하면서 나에 대해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간의 글을 모아 책을 엮어볼 용기도 얻었다.
힐링 콘텐츠 공모전을 도전하고, 그때 엮은 내용으로 충북 지식산업 진흥원장상 수상작이 된 소식은 병상에서 큰 기쁨이 되었다.

나는 요즘 아빠의 새로운 여행을 앞두고 잠시 멈추어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중함과 감사, 사랑을 배우는 이 시간을 후기를 적으며 다시 돌아본다.

나의 마흔 이후의 삶은 이처럼 어떤 순간에도 행운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감사함을 느끼고 더 많이 나누는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다가올 시간들은 더 가볍고 즐겁게 힐링 콘텐츠를 만들어, 함께 있는 시간이 좋고 편안한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여정을 신명 나게 걸어갈 것이다.


이 책을 만들 용기와 영감을 주었던 해리,

나의 영적 스승님들과 도반들,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내며

2019년 7월 가톨릭대학교 은평 성모병원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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