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호스피스 라이프
금토일월 3박 4일간의 울산여행에서 아빠는 음식을 정말 맛있게 드셨다. 5월 7일 첫 암 진단을 받고 10여일을 입원하여 검사와 회복의 시간을 보내시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3개월 시한부에 대한 관점을 듣고 내가 한 첫번째는 아빠와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는데 전석 매진. 역무원이 몇차례 검색을 누르자 4인석중 딱 한자리가 나왔다. 나는 입석으로 울산까지 갔다. 울산 현대호텔로 가는 택시는 퇴근길 정체로 무척이나 막혔다.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우리는 정신을 잃듯 쓰러져 잠들었다. 밤새 아빠는 아팠고 소리를 질렀다. 그날 우리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싶었다. 많이 두려웠고 슬펐다.
하지만 토요일에 두 사람은 참석하기로 한 2층 코스장에 나갔고, 의지 미니코스와 용서하기 미니코스를 시작했다. 삶을 돌아보고 정돈하는 시간들, 그날 저녁 전복갈비찜을 정말 맛있게 드셨다.
일요일에 용서하기까지 잘 마무리를 하고 프로그램을 이어나갔다. 우리 부녀는 2013년부터 미국을 함께 5번 횡단하며 아봐타코스를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싫어하던 사람이었던 아빠와의 화해의 여정을 만들었던 6년여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현재를 너무나 눈 부시게 만들 수 있었다.
코스 마지막날이던 일요일 저녁에는 울산의 맛집 봉창이 칼국수와 김치만두를 함께 먹었고, 월요일 아침에는 현대호텔의 조식 뷔페를 여유롭게 즐겼다. 그리고는 일산지 해변에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점심은 현백에서 사온 전복죽을 든든하게 먹고 멋진 날씨를 즐기며 KTX를 타고 서울로 왔다.
저녁에는 서울 나의 집으로 와서 완도산 톳을 넣어 잡곡밥을 지었고, 황태국을 끓여 큰고모가 담궈주신 김치와 함께 먹었다.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맛있게 건강하게 지내려고 한다. 누구나 병을 다루는 방법이 다르고,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부녀는 일어난 일을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슬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기꺼이 맛보려고 한다.
아빠가 내게 준 조건없는 사랑을 비로소 맛볼 수 있어 귀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