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가기 질문상자를 활용한 글쓰기 챌린지 두 번째 워밍업
2월 마지막 금요일이다. 재택근무라서, 이웃을 위해, 아이와 함께 여러 이유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요즘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기 좋은 시간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아침에 몇 가지 카드를 공유하고 싶어 SNS로 업로드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즉 하고자 하는 것을 수월하게 행동으로 옮길 때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는듯하다.
어제는 안국역에서 자코오빠를 만나서 지쳐있는 사람들을 위한 연주나 공연을 기획해서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티테라피에서 보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날씨가 좋아서 인지 문을 열어두어서 좀 춥다는 느낌에 장소를 지난번 왕원장님이 추천해준 카페로 옮겨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다. 필요한 장비와 인력, 경우의 수, 어떤 기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서로의 관점을 나누고 가까이가기 질문상자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일 얘기보다 질문카드를 각자 세 장씩 뽑아서 한 장은 자기가 대답하고 싶은 이야기. 다른 한 장은 상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한 장은 프리카드로 남겨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일과 근무 형태에서 자유로운 오빠의 삶과 그 방식을 인정해주는 동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졌다. 서로 마음을 열고 안전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작은 행위들이 나비처럼 날아 훗날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까? 상상이 즐겁다.
스트레스 상태라고 여겨질 때는 상대방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신체적으로는 금세 지치게 된다. 나는 이럴 때 <다시떠오르기> 책에 나오는 몸 돌보기 연습을 하기도 하고, 주의를 내가 즐거워하는 행동들로 옮긴다. 가령 정성껏 요리를 만들어 먹기 라던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집에 가서 좋은 사람들과 음식과 이야기를 나눈다던지(비말 감염 위험이 높은 것인가 으응?). 20분간 타이머를 맞춰두고 홍제천 길을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음미감상 한다던지.
가장 익숙한 모습은 누워서 뒹구는 일이지만 열이나 거나 병원에서 염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아니면 '눕눕'은 더 깊은 스트레스 상태로 가는 지름길이다. 1월 중순 이후 중이염과 감기 증상(물론 바이러스였겠지)으로 상당 기간 '눕눕' 신공을 연마했는데 몸이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거의 1월부터 3월까지는 기막힌 비수기를 경험하고 또 그럴 예정이다.(라고 생각의 범위를 느끼는 순간, 나는 3월까지 성수기를 준비한다로 생각을 이동시켰다.) 어제 삼송역 스타필드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이상한 나라의 폴> 만화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매장 깊숙이 있는 점원들 외에 사람이 없는 이상한 공간 속에 있자니 뭔가 짜릿함도 생겼다. 잠시 그 상상 속의 기분을 느끼고 현실로 돌아오면 우리는 모두 '비수기'를 경험하는 중이구나.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공동체로서 느끼는 책임을 느낀다. 나는 이럴 때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우선 내 마음의 공간 정돈하기부터 하기로.
나는 스스로에 대해 '별로 스트레스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자주 스트레스에 휩싸이는 모습을 본다. 급한 성격이 가슴속에서 '욱'하고 어떤 상황과 부딪힐 때는 최근 내가 자주 느끼는 '나'다. 상화에서 유추해보자면 엊그제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을 때 느꼈던 편안함을 달리 말하면 사람이 많은 곳이 내게 스트레스였구나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전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에 '진작 이랬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간 나이 드신 분들이 지하철에서 가래를 끓이거나 함부로 기침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이 없는 요즘도 적잖은 스트레스를 마음에 담고 있다. 나름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라고 여겼는데 큰 착각이었구나 싶다. 외부에서 일이 들어오지 않으니 무기력이 기승을 부린다. 작년부터 미뤄둔 <가까이가기 질문상자>를 활용한 글쓰기 챌린지도 시작을 얼마나 미뤘는데 시간 많은 요즘인데도 간신히 시작을 했다. 이럴 때 나는 '적당히 게으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편안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의상을 걸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저런 사람이야. 그 한정안에서 가끔은 안도하고 가끔은 즐거워하면서 이 생을 보낸다. 그동안 '나'라고 여겼던 어떤 아이덴티티 안에서 벗어나 새로운 옷을 입을 때 짜릿함을 느끼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에서 일순간 주의가 벗어나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20대에는 춤추는 것과 공연, 예술을 경험하는 것과 여행, 레포츠(스쿠버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수상스키, 스키, 스쿼시, 마라톤)들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믿었다. 20대 후반부터 요가, 불교, 명상, 다양한 수행, 심리(MBTI, 에니어그램, 독서치료, 춤테라피)적인 방법론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짧게는 6개월 보통 5~8년, 길게는 10여 년을 이어온 것도 있다. 하지만 외부의 요소에 의해 반응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는 그 자리를 지키고,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30대 중반부터는 나의 통제권을 키우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이 노력을 잘 키워서 좋은 영향력으로 나눌 수 있는 70대 할머니가 되고 싶은 게 나의 요즘 삶의 방향성이다. 카드를 꺼내고 마음을 꺼내다보니 별별 얘기를 다 한다.
20200228 카페 가가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