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5
페이스북에서 청도 농가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청도 대남병원과 농가의 연결성 때문이다. 꼭 사 먹어야지 했던 청도 미나리를 올해는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어떤 페친에 의해 공유된 딸기 농가 명함을 보고 무농약 딸기와 미나리를 주문했다.
딸기 2kg, 미나리 1kg 한 세트로 엄마에게 하나 보내고, 나에게도 하나 택배로 주문했다. 그제 엄마는 카톡으로 딸기는 쉽게 상해서 싫다고 보내지 말라고 하시더니 택배가 도착한 어제 전화가 왔다. "너무 싱싱하고 향이 좋구나."하고 기뻐하신다. 미나리는 연하니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들기름 하고 소금을 살짝 간해서 샐러드처럼 드셔 보시라고 했더니 잘 먹겠다고 하신다.
덤으로 함께 도착한 시금치가 맛있어 보여서 잡채를 해서 먹겠다고 하신다. 뭔가 맛있는 것을 해 먹고 싶다는 의지가 생겨나는 것만으로 이번 청도 프로젝트는 성공이다. 지난해 엄마는 암 진단에 이어 이번 달에는 어깨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실 예정이다. 표현하지 않는 불안감들이 우리 사이에 흐르고 있었는데 딸기와 미나리가 상큼하게 우리 사이를 중화했다.
우리 집은 택배 배달이 저녁쯤으로 예상이 돼서 낮에는 가고 싶은 카페 오름에서 베이킹 테스터가 되어 오후를 보냈다. 치즈와 빵류를 한동안 먹지 않다가 먹으니 포만감과 함께 상당히 새롭고 맛있게 느껴졌다. 같은 음식이라도 다르게 맛볼 수 있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모처럼 느끼는 만족감에 감사한다. 저녁에 집에 도착한 딸기와 미나리의 향기에 취해 행복하게 잠들었다. 심지어 새벽에 깨서 딸기를 먹었다.
600g씩 두 팩이 왔는데 한팩 클리어. 나머지 한 팩은 어제 선리네에 얘기 한 바가 있어서 혹시 필요하다면 주려고 참았다. 오늘 아침에도 참았다. 먹고 싶은 욕망을 견딜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침에 미나리를 4 봉지로 소분해서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 먹으려고 하는데 나누어 담긴 미나리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할머니도 그런 마음이셨겠지.
할머니 댁에 있던 오래된 저울이 생각난다. 종종 할머니의 6남매를 위해 무엇이든 나누는 순간에 함께했다. 굉장히 공정한 분이셨다. 오차범위 5g 내외. 본인의 공평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던 분인데 매일 아침 묵주기도를 하실 때도 기도의 방향을 6남매를 위해 공정하게 두셨는지는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나의 마음은 공정하지가 않다. 신천지의 순 우리말이 새누리 건, 이만희가 차고 나온 시계가 어떻건 간에 이번 총선에서 그 지역의 표심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기억이 주는 답답함이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전염병과 싸우는 모든 분들에게 사랑을 보내고 격려하는 마음을 일으키려고 한다. 내가 요즘 기도를 하는 주제는 그분들이 건강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향으로 기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