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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친구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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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권민희

일요일에 손이 필요하다해서 왔는데 일은 안 시키고 간식 심부름을 하러 왔다.

마트도 문 닫은 일요일, 양준일님 등신대를 보고 홀리듯 피자헛으로 들어섰다.


미네랄 관리 식이요법하느라 한동안 봉인 음식이었으나 2주후 검사결과 나올 틈을 타 일탈을 시도.

18살 알바 하던 민희가 떠올라 피자굽는동안 잠시 시간여행.


라떼는 피자가 엄청 특별한 음식. 평촌 라운드테이블 피자에서 친절한 알바로 뽑혀 20만원 보너스 받았던 게 기억난다. 그 때 학생 알바 시급이 3000원쯤이었는데.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할까?


일번가 롯데리아, 서울음반 테이프 포장, 정우제과 사탕 그램수 제기. 안양 일대 주말 알바의 추억들. 엄마는 모르고 나만 아는 시간. 일순간에 연결이 되네. 15분의 웨이팅 타임 마치고 고고.


4월 말일에 이사를 앞둔 노부부의 삶의 현장에 자주 함께 하고 있다. 옥상 텃밭과 창고 정리를 한 어제는 두 사람이 캠핑을 좋아했음을 알게 되었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20년도 넘은 텐트와 다양한 캠핑용품들에 놀랐다.


지난주에는 장속의 오래된 카메라와 삼각대가 발견되어 상상력을 주더니만, 오래된 사진부터 최근까지 그녀는 많은 여행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에서 얼굴을 나에게 돌린 채 크게 코를 골고 있는 그녀.


이번 생 최초로 나의 표현을 이해하고 느꼈을 생명체. 나는 아직도 그녀를 알아가고 있다. 봉순씨. 나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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