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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May 26. 2020

행운을 알아보는 눈

감사의 감각을 일깨우기

오전에 지인과 통화하다가 "나는 오늘의 운세가 잘 안 맞아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주, 오행 등이 기운이라면 그 기운이 머물 자리인 '나'가 뭔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이미지가 스쳤다.


'오늘 횡재수가 있습니다'라는 운세를 봤는데 횡재수가 들어올 공간에 다른 생각이나 기운이 들어차 있다면 운이 머물지 못하지 않겠는가. 삶에서 행운을 만들려면 내가 어떤 기운(감각)을 선택하고 있는지 먼저 이해해야 하겠다.


행운을 알아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행운이 내게 크게 다가오는데 나는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갖춰지지 않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어떤 '것'에 사로 잡혀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체로 행운은 내가 원하는 형태나 방식으로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 모 댄스 모임의 20주년  ZOOM 미팅이 있었다.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을 보내며 내게 들어선 행운을 20년을 돌아서 느끼게 되었다. 그때는 피가 끓던 시절이었다. 나는 모든 만남의 순간을 진심 어린 감사의 감각으로 느끼지 못했다. 생각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옹졸함까지 미성숙했던 20대의 시간. 그리고 20년을 시간을 거쳐 이 만남에 대해서 되새겨보니 감사의 감각을 일깨울 때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역시 사람이다. 내게 좋은 기운이 가득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없는 행운이다. 댄스를 거쳐 요가, 정토회, 명상, 아봐타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좋은 가치를 실현하며 사는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함께 살아왔으니 나는 얼마나 큰 행운녀였던가.


한편 이 시간 동안 오빠, 새엄마, 아빠의 순서로 20대 이전을 함께 살았던 가족들의 장례식 상주가 되었고, 정돈되지 않은 욕망으로 인간관계에서 실수도 여러 차례 저질렀다. 불행이라고 여겼던 아픈 순간들도 많았다. 그 시간을 지나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토록 좋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이해해주고 알아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 감사의 감각을 훈련하는 것은 행운을 알아보는 눈을 밝힌다. 저녁을 먹으러 온 공간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글을 쓸 수 있음이 귀하다. 머릿속 글을 정리하다 보니 20년 전으로 돌아가 피가 끓던 감각이 잦아들고 차츰 감사의 마음으로 차오르면서 평온해진다.


오늘도 내 사람들에게 깊은 사랑을 보낸다. 감사하다.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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