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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Jun 04. 2020

에스프레소북 서비스 종료

90년대 말에는 어떤 장소가 있다가 사라지느냐에 따라 기억을 구성하는 요소를 바꿨다. 2020년이 된 요즘은 어떤 서비스의 시작과 끝도 그러한 기억에 영향을 준다. 오늘 아침 (주)에스프레소북의 서비스종료 알림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 서비스와 연결된 개인적인 삶의 순간들이 소환되었다.


잠시 추억을 더듬다가 이 실험을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일까 궁금했다(황상철 대표님 궁금해요). 이어서 현재 이 팀이 좀 더 주력하고 있는 하루북 어플리케이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흥망성쇠에는 많은 스토리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들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다른 스토리로 연결짓고 상상하는가가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 일것이다. 조만간 대표님을 찾아가 차담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으로 우선 답신 메일을 보냈다.


인간은 왜곡됨 없이 깨어있는 순간으로 기억할 때 행복한 것 같다. 정보의 인지 오류와 왜곡이 삶의 괴로움에 많은 요소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지금 삶에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어떤 오류가 내게 있는지 살펴볼 것을 떠올려본다. "삶면 삶이지만 쓰면 책이다"라는 에스프레소북의 슬로건을 보다가 오늘을 기록하려고 브런치에 남겨본다.


보낸 메일 전문



안녕하세요. 마음피트니스 권민희입니다.

메일을 받아보고 여러 장면들이 떠올라 답장을 적어봅니다.

어려운 결정이셨을텐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작과 끝을 통해 귀한 배움이 있었기를.


작년 3월 김수량 대표님을 통해서 알게 된 에스프레소 북으로

함께 책을 만들어볼 꿈도 꿀 수 있었습니다. 그 전화 받던 날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그 후 엮은 내용으로 힐링콘텐츠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게 되었지요.

아버지가 위중하실 때 그때의 순간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쁨과 희망의 작은 빛이 되었었어요.

비록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이후 하루북으로 귀한 가을을 만들 수도 있었고요.

여러가지로 고마움이 많은 인연입니다.  


하루북 앱에 들어가보니 편리해지고 예뻐졌던데요. 더 많은 분들의 삶에 닿길 응원합니다.

건강을 잘 챙기시고요, 대표님과 구성원들께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행복한 마무리 되시길 바랍니다.  



https://espressobook.com/

서비스 종료 알림 메일 전문


안녕하세요. (주)에스프레소북 대표 황상철 입니다.

온라인 기반의 전자책 출간 서비스 에스프레소북 espressobook.com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에스프레소북은 누구나 원하는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2016년 10월 오픈하였습니다. 지난 3년간 약 40종의 책을 출간하였으나 아쉽게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만큼의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책을 쓰는 작가에게는 원고 집필, 커버 디자인, 교정 등 제작에 필요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였고, 책을 출간한 이후 판매 금액의 일부를 인세로 작가에게 배분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익이 제작비의 10%도 보전하지 못했습니다. SNS 마케팅과 크라우드 펀딩도 수차례 진행했지만 홍보비 이상의 판매를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3년간 서비스를 계속 운영해왔지만 더 이상 서비스를 지속하는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고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spressobook.com 은 2020년10월30일 기준으로 서비스 전체를 종료합니다. 그 전에 에스프레소북에 쓴 글을 백업하셔야 합니다. 이후에는 espressobook.com 접속이 불가능하며 모든 데이터는 폐기됩니다.

저희가 따로 운영하는  개인저작 서비스 하루북(https://harubook.com) 은 계속 운영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3년간 espressobook.com 을 애용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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