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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Aug 26. 2020

동화를 낭독하는 어른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저 역시 이 변화의 흐름을 온 몸으로 체감하기 시작했어요. 약속되었던 강연 대부분은 연기되거나 취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들리는 가슴 아픈 소식들에 마음은 더 무거워졌죠. 인간은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기운을 잃었을 때 한 소녀의 전화를 받았어요.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걸었다고 해요. 올해 8살인 소녀는 지난해 글쓰기 캠프에서 만난 동갑친구의 딸아이입니다. 이름은 영래에요. 태어날 때부터 시각 기능의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영래의 전화를 받으니 어두웠던 제 마음이 환해졌어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마음으로 보는 친구라 그런 걸까요?


영래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여름 아버지의 호스피스 병동이었어요. 주말 저녁 대전에서 서울까지 네 식구가 찾아와 병실이 북적였습니다. 조그만 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할아버지 손이 고우시네요." 하더니 "어서 낳아서 집으로 가세요."라고 맹랑하게 이야기했어요. 병실에는 모처럼 환하고 밝은 기운이 가득했어요. 영래의 바람처럼 아빠는 평안하게 병을 내려놓고 본래 집으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후 종종 영래와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어요. 해맑은 목소리로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셔서 이모가 외롭겠네"라며 저를 울게도 했지요. 


전화로 영래의 근황을 들으니 코로나 19로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반 아동과는 달리 학교가 참 큰 세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아이에게 연결되는 세상을 넓게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무얼 할까 연구하다 보니 제 눈이 반짝 맑아지더라고요. 소녀의 일상에 힘이 되고 싶어 몇 가지 실천을 시작했어요. 먼저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마음피트니스 글쓰기 친구들의 글을 낭독하여 연결하기 시작했어요. 이어서 어린이날에는 몇몇 친구들과 동화 낭독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서울, 광주, 대전, 경기 다양한 지역에서 약 16명이 온라인 공간에 모였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랑을 담아 낭독하는 음성은 참으로 곱습니다. 채팅방에서 책을 나눠서 읽고 음성 파일을 모아 붙여서 모자이크처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소녀와 또래인 어린이도 있었어요. 참여자의 아들이었죠. 목소리로 연결된 소녀와 소년의 만남이 참 좋았어요. 5월에는 동화책 한 권, 16명의 목소리를 연결했어요. 7월에는 그림책을 15명이 함께 낭독했어요.  이번에 낭독할 책은 <안녕, 나야 미호종개>입니다. 기후 변화 속에서 이주하는 민물고기의 스토리가 담긴 창작동화입니다. 생명과 자연, 지속가능성을 느껴보는 책이에요.  


낭독[朗讀] : 한자를 찾아보니 '낭'자가 ① 밝다 ② 소리 높이 ③ 또랑또랑하게 ④ 맑게 환하다, 라는 뜻을 담고 있네요. 밝고 또랑 하고 맑고 환한 에너지를 담아 전달하는 일이라는 정의가 마음에 담깁니다. 오디오북을 듣는 소녀와 더불어 낭독하는 어른들의 마음도 덩달아 밝아집니다. 목소리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낭독의 시간에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초대하고 싶네요. 멀리 사는 손주든, 이웃 꼬마든, 누구를 위해서든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낭독의 즐거움을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영래을 위해 시작한 유튜브 낭독

https://youtu.be/8Hf0db3xmBM



그리고 7월에 친구들과 함께 제작한 오디오 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82/clips/24


온라인 동화낭독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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