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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Feb 23. 2021

나의 에코라이프

도시에서 자연으로 살아가기

독립하여 혼자 삶을 산지 20년이 되었다. 그 기간 대부분의 명절이면 가족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되 혼자 조용히 여행을 떠났다. 농경 시대가 지났는데도 기름진 음식을 해 먹어야 하고, 조상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현실적인 노동 불균형을 초래해 서로의 감정을 다치는 다소 이상한 시간 속에 있기보다는 나만의 휴식을 선택했다. 그것을 배려해주고 존중해준 부모님께 감사한다. 펜데믹 이후 멀리 떠날 수 없는 이번 설에는 도심 한가운데 호텔에서 연휴를 보냈다. 방역을 철저히 한 도심 한가운데는 연휴가 되자 산사보다 적막한 공간이 되었다.

영화도 보고, 온라인 워크숍도 참여하며 저녁이 되었다. 방 안에서 불 꺼진 주변의 고층 빌딩들을 보고 있노라니 함께 휴식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숲에서 명상을 통해 깨달은 싯다르타 역시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꽤 근사하고 안온한 시간이었다. 빌딩 숲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도시와 자연을 분리하고 이분법적으로 보던 나의 고정된 관점이 드러났다. 에코라이프의 시작은 산과 들로 가야만 자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데서 출발한다. 도심이 바로 자연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 도시를 자연으로 느끼고 이해하며 함께 호흡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나의 에코라이프'에 관해서다.


에코라이프를 생각하니 해마다 유행하던 아이템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최근에는 대나무 칫솔과 고체 샴푸가 SNS에 많이 보이곤 했더랬지. 조금 지나간 에코백, 텀블러 등의 물건도 차례로 떠오른다. 찬장에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프린팅 된 머그잔이나 선물들이 집안 곳곳 쌓여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쓰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세계에서 가장 카페 수가 많다는 이 도시에서는 최근 유행처럼 생분해 소재의 빨대를 쓰고, 다회용 컵을 쓰고, 분리수거를 한다.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변화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힘을 키우는 것을 다음 유행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사용을 오래 해서 입구가 누렇게 물든 텀블러가 있는지부터 찾아보고 실천한 스스로에게 기뻐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나의 에코라이프의 시작은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출발은 아니었다. 첫 기억은 2003년 말, 산속의 어느 수련원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수련 과정 틈틈이 음식을 접시에 덜어먹고 남기지 않는 것, 톱밥을 이용해서 물을 사용하지 않은 화장실, 그리고 물건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시간까지 일과 속에 함께 했던 제로웨이스트의 노력들을 경험했던 4박 5일간의 수련 프로그램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 환경 실천을 통해 내 마음을 돌아보는 일종의 '액션 명상'화 했던 것이 에코라이프의 시작이었다.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쫌 앞서간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눈 밝은 스승을 만난 덕분에 2003년에서 2021년 현재까지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실천해 온 것들은 작게는 장바구니 사용, 빈그릇 운동, 면생리대 사용,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기, 집, 차 에어컨 등 소유하지 않기, 가급적 생협 소비와 육식 지양 등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8월부터는 코로나를 맞아 5개월간 지역에서 살아보기에도 도전했다. 지구를 사랑하고 돌보는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깨어서 내가 실천 하는 것을 찾아 기꺼이 짧게는 100일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실험을 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나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한 스토리들은 내 삶의 큰 자산이다.


어쩌면 혼자 살기에 쉽게 도전할 수 있었지만 혼자 살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대량 소비를 유도하는 마트 사회에서 생협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것은 손해 보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누적되어 20여 년이 되니 내가 지구 탄소 감소에 조금은 기여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큰 기업이 환경 실천을 한다면 그 파급과 영향력이 훨씬 크겠지만 우선 내 삶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시간 변수가 영향력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큰 관건이다. 또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변화를 만들어내기를 생각해본다. 의식에서 출발하는 실천의 힘은 꽤나 유쾌하다.


남자 친구에게 지렁이 화분을 돌보게 한 이야기, 밥통 들고 인도 여행한 이야기, 배낭여행 두 달간 면생리대 빨아 쓴 이야기, 10년간 해외여행을 함께 떠난 나무 수저 이야기, 20년간 자취생활 함께한 소형 냉장고 이야기, 내게 생명 존중에 관한 개념을 가르쳐준 할머니와의 추억, 생협라이프 A to Z 등 앞으로 적어볼 이야기들은 모두 지난 기억들이다. 이 과거의 경험들을 돌아보고 적어 내려가면서 앞으로 실천할 것들에 대한 좌표를 다시 만들어보려고 한다. 어반 정글과 함께하는 도시에서 자연으로 살아가기 위한 글을 시작하며 큰 감사함을 느낀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808216&memberNo=5266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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