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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Feb 25. 2021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마음의 씨앗들

나의 에코라이프 2 낭만편


음악과 춤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도서관의 책들과 라디오의 음악은 나의 치유처였다. 자연스레 음악에 맞춰 춤을 배워보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 가장 처음 시작한 자발적 움직임은 인터넷 동호회(다음 카페)를 찾아 춤을 배우러 나선 것이다. 어쩌다 보니 댄스스포츠 동호회를 가입해서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스윙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국내에 강사가 없어 프랭키 매닝 할아버지의 비디오테이프를 틀어 대학 동아리방에서 비디오로 연구하여 살사 바에 가서 춤을 추었던 스윙 키즈들이 지금은 중년이 되었다.

도시에서 춤을 추려면 집도 좋지만 바에 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바에 다녀오면 각양각색의 에너지 속에서 나라고 고집하던 것들이 중화된다. 도시의 옹달샘 역할을 하던 바가 코로나19로 문을 닫기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었다.


한편 적당한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서로를 돌보는 마음속에서 문이 닫혔던 살사 바도 운영이 시작되었다. 한산한 바의 풍경이 낯설지만 그 공간에 있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이제 도시에서 유효한 지표는 행복이 아니라 감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았다.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에서 약간의 불행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견딜 수 있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춤 판에서 만난 친구 덕분에 2003년 산속 수련회를 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다양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가장 중요한 마음의 씨앗은 자발성이다. 하지만 내가 하기 싫다는 이유로 남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나에 무지와 실수에 대해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기에 조심스레 꺼내어 본다. 젊고 오만했던 나는 그 당시 전역을 앞두고 군복을 입고 찾아온 남자 친구에게 지렁이 화분 돌보기 미션을 주었다. ‘나를 만나려면 이것도 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니?’하면서.


지렁이 화분은 각 가정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스스로 처리하고, 이를 위해 장보기 단계부터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당시 활동하던 NGO단체 건물 옥상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였다. 음식을 만들 때 재료를 소비하는 것부터 조리 과정, 그리고 먹고 나서 까지 최대한 남김없이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했던 ‘빈그릇 운동’의 일환이었다.

남은 음식물은 지렁이에게 주고, 지렁이의 분변토는 옥상 텃밭을 조성에서 순환시킨다는 원리를 실천해보는 것이었다. 그 취지와 의미가 너무 좋았지만 나는 지렁이가 징그럽고 두려웠다. 의미는 좋지만 하기는 싫은 일이었다.


가정에서 쓰는 지렁이 화분은 대부분 갯지렁이를 써서 그렇게 징그럽지 않은데도 괜스런 예민함에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보다 남자 친구에게 미뤘다. (당시) 매우 잘 생긴 데다 착하기까지 했던 그 친구는 약 7주일간 그 장소를 드나들면서 말년휴가를 정성스럽게 함께했다.


화분에 음식물 찌꺼기를 날랐고, 지렁이 똥을 채소 화단에 주었다. 또 그 과정에서 느낀 소회들을 그림과 글로 남겼다. 덕분에 당시 NGO 활동가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으며, 나의 마음도 반하게 했다는 훈훈한 추억 한 조각을 꺼내어 본다. 누군가의 불행을 기꺼이 대신해주는 일은 시간이 흐르면 감사함으로 순환되는 것 같다.


제로 웨이스트의 출발점은 입고, 먹고,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기저에는 감사이라는 마음의 씨앗에서 발아하지 않을까?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과 감사함의 조화, 이토록 좋은 마음들이 실천을 만들고 그 움직임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 지구 곳곳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좋은 에너지를 느껴본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하고 마음이 힘들 때 잠시 지난 추억도 생각해보며, 어떤 파장을 만들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036434&memberNo=5266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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