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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Dec 22. 2021

제주 구름은 파도와  닮았다

연말 제주 워케이션 9박 10일

12월 18일 토요일 새벽 KTX로 논산을 출발해서 김포 북변 갤러리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함박눈을 실컷 구경했다. 덕분에 저녁 6:40분 비행기는 출발이 지연되어 제주에 도착한 시각이 저녁 8시가 넘었다. 버스를 타고 중산간을 지나 남원에 도착했다. 토요일의 역대급 이동 거리다. 나 대선주자 아님. 훈훈한 남풍이 굳은 몸을 녹인다. 비어있던  집을 데우고 청소하고 누웠는데 3초 만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김포 북변 갤러리에서 진행된 워크숍. 지역 공동체를 위한 나비효과를 기대한다.
오랜만에 제주. 산타하루방이 맞이해주는 12월 제주공항

12월 19일 일요일 아침에 눈이 똑 떠졌지만 따순 이불속에서 음악을 좀 듣다가 10시 즈음 일어났다. 집 앞에 귤밭이 탐스러워 귤을 따는 할망에게 말을 건넸다. 들어와 직접 따보라고 하셔서 아침부터 귤따기의 즐거움을 느꼈다. 주황 열매가 최대치인 요즘이다. 제주의 겨울은 붉은 동백 열매, 검은 돌, 파란 바당, 주황 노랑 감귤 열매, 노란 길가의 꽃까지 색깔들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늦은 아침으로 해물 순두부를 먹었다. 낮에는 외지인 티 내듯 롱 패딩 차림에 올레길 5코스 큰엉 길을 걷고 돌아왔더니 땀이 뻘뻘 났다. 저녁은 귤밭 할망의 초대로 어촌계장님과 갈치조림을 먹었다. 우주는 나를 혼자 두지 않는구나. 나를 돌보는구나 하면서 웃었다.



12월 20일 월요일 오후 2시 <오늘도공부> 편집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린다. 점심으로 제주어향원에서 전복뚝배기를 먹고 카페 초이당에서 접속했다. 2월호에 대한 회의를 마치고 팀원들과 30분간 짧은 팀워크숍을 진행했다. 서로의 마음을 모으고 연결하고, 팀이 되는 시간. 일주일에 한 번 우리는 그렇게 팀이 되어가고 있다. 오후에 제주에 있는 친구 양과 함께 차를 나누고 걸어서 집으로 갔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 이 친구랑은 창업 때부터 인연이니 어느덧 10년째 근황을 알고 지내는 사이.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느낀다. 저녁에는 성산에 가서 삼치 숙성회와 문어, 뿔소라 숙회를 먹었다. 집앞에서 조생 귤이 아닌 성전 온주귤이라는 종자의 귤을 한가득 받아 들었다. 감사한 월요일이었다.


제주 어향원과 초이당
제주의 구름은 파도와 모양이 닮았다

12월 21일 화요일 <오늘도 공부> 2월호가 편집되어 PDF본으로 올라왔다. 내부 구성원 검토를 하는 날이다. 논산시로 보낼 자료가 있어서 서귀포 시내로 이동해서 제본집에 일을 부탁하고, 카페에 앉아 글을 보았다. <오늘도 공부>는 부모님을 위한 인문학(필사) 콘텐츠다. 직접 참여하는 학생들의 글이 들어 있어서 편집 작업에 참여하다 보면 삶의 깊이를 느낀다. 검토를 마치고, 출력 제본도 무사히 마치고 택배 사무실에 들렀는데 전국으로 실려나갈 귤 박스 산을 보았다. 이 화산섬에서 햇볕과 바람을 품은 주황 동그라미들을 한반도 전역으로 날아가, 비타민을 충전시키는 동화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12월은 귤 수확 수량이 가장 많은 철이다. 남쪽은 온통 주황색. 기분 좋게 저녁은 제주흑돈까스를 먹고 귀가해서 나도 몇군데 귤 택배를 예약했다. 성탄 전에 도착하겠지. 뿌듯하게 잠이 들었다.


오늘도 공부 | 젊어지는 좋은 습관 (50study.org)

<무료 체험 신청해서 연말 연시 부모님의 건강한 100세 라이프를 응원해보도록 하자!>


시내 버스에서 찍은 한라산


12월 22일 수요일 동지다. 6시에 나가서 해안도로를 걷고 뛰면서 강아지처럼 마음이 좋았다. 오디오클립으로 파도소리도 녹음하고 유튜브채널에 짧은 동영상과 사진도 찍어 지인들과 나눈다. 보름달이 머리위에 있고 일출의 그라데이션 하늘을 바라보는 오묘한 순간이 참 좋았다. 자매 식당에서 해장국을 먹었다. 푸짐한 아침이었다. 친구 김의 연결로 제주 친구 리를 소개받았다. 제주에서 새롭게 연결되는 사람들과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만들어질까 기대된다. 아침에 초이당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시면서 통화를 나누고 모처럼 브런치에 기록을 남긴다.  


https://youtu.be/aArw4ekSgNg

동짓날 보름달 아래서 만나는 일출, 햇님 달님이 만나는 순간의 에너지를 느껴보시라
이렇게 일하면 워케이션이라고 한다나보다
성탄 3일전 모두에게 축복과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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