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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Mar 28. 2022

창덕궁

봄  산책

목금요일 일을 잘 마치고 토요일은 신도림, 신길동 C의 어린시절 동네들에서 오후를 보냈다. 일요일은 K와 서울시립미술관 권순규 전을 보러 가기로 했다. 조금 일찍 나와서 덕수궁 돌담길도 누리고 시립미술관의 다른 전시들을 둘러보고, 오후 1시 전시해설에 합류했다. 코로나 이후 첫 해설이라는 말에 관람객들은 절로 조용한 박수를 쳤다.

입산, 수행, 피안 이라는 주제로 작가의 1950~1970년대 작품들이 꽤 큰 규모로 전시되어 있었다. 작가의 아틀리에에 있던 우물과 가마를 모티브로한 원형과 곡선, 당시 전시때 사용하던 블럭을 소재로 한 전시 구조물들이 전시장 전체에 작가의 마음을 불어넣어주었다.

1922년 태어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작가의 시간은 탄생과 예술활동 그리고 죽음, 죽음 이후를 조망하게 해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분명한 것은 죽음이후 그가 후대에 어떤 영감을 주는가로 불멸의 가치를 띄게 된다. 사는동안 작품을, 예술을 그토록 성실하게 만들어온 그의 삶은 죽음 이후에도 제법 시간이 흘러 나에게로 와닿았다. 그의 죽음은 슬픔을 넘어 깊은 경외를 느끼게 해주었다.   

작품과 시간을 한참 보낸 우리는 정동 방향으로 걸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도 보았고, 이용자의 편의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인테리어의 한계에도 대박난 카페에 앉아 라떼를 마셨다.

SNS에 전시 사진을 올리니, 창덕궁에 있던 Y언니에게 쪽지가 왔다. 4시까지 올 수 있으면 특별해설을 해주겠노라고. 아 꿀같은 기회인데 한군데 더 가보고픈데가 있노라고 답신을 보냈다. 27일자로 마감되는 서울 도시 건축 관련 전시 관람이 예상보다 짧게 끝나서 창덕궁으로 넘어가보기로 했다.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돈화문 앞에서 4시 무렵 시작된 산책은 6시까지 이어졌는데, 점점 기온이 내려가 궁을 나올 무렵에는 상당히 추웠다. 조금 힘든 환경에도 우리 셋은 초 집중.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지금에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정권이 바뀌고, 어떤 변화들을 체감할지 모르는 약간의 두려움과 불안함 속을 살아가는 요즘. 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크고 작은 저항들이 일어나는 속에서 어떻게 좋은 마음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뭔가 머물러 있던 것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K와 걸어서 안국역에서 마음이 담긴 면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에서 면요리와 샐러드를 먹었고 아쉬움 없이 가득 채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일요일의 마지막 깜짝 선물은 커피빈에서 만난 H.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았다. 세상에 그 넓은 서울 한가운데서 어떻게 ㅎㅎㅎㅎ

조선시대 가장 많은 궁궐 행사를 했던 인정전
몇차례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복원되어 멋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옆에서 본 모습. 그저 아름다움.
청기와 ...설명을 들었는데 ㅠㅠ 기억이 가물...암튼 요즘 청와대 이전 관련 이슈도 생각나고...
왕과 왕비의 침소였던 대조전. 용마루가 없는 고급기술 지붕 양식이 안온안 느낌이다.
집을 숨쉬도록 창을 열어두는 시기. 창너머 궁궐의 조형미가 아름답다.
나만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날씨도 조형물도 완벽한 풍경.
이 색감 어쩔거임
곳곳의 나무들이 봄기운 가득하다
동궁전에서 바라본 인정전. 5세부터 시작되는 동궁수업 얘기를 들으니 그 삶도 쉽지 않았구나 싶다.
고종이 어린 시절에 썼다는 글자. 제 이름의 희자에요
창덕궁 홍매화 앞에는 촬영객으로 인산인해. 예나지나 꽃사진 찍는 것은 봄산책의 국룰인가보다.
겹매화님 어찌 이리 우아하십니까
창덕궁의 백미 헌종이 지은 락선재. 조선시대 고급 건축기술의 집대성. 창호 한곳도 같은 무늬가 없다. 담벼락의 거북 등 모양이며 부뚜막 앞에 얼음 조각도 일품.
락선재 앞의 현판도 그렇고 이곳도 짜장스럽다.
도장수집가였던 헌종의 공간. 정원과 어우러져 예술의 향기가 폴폴~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곳. 선을 행하기를 즐겁게 하는 곳.
조선시대부터 풍수지리적 영향으로 괴석을 놓는 것이 기본이었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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