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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짱 먹어서 좋아?

#7

by 복지학개론

아이들은 성장하며 다투고 싸운다.

성인처럼 처절한 싸움은 아니지만 아주 유치한 말싸움부터 나름 과격하고 일종의 타격 기술이 동반된 몸싸움까지.

누구나 유아기에는 싸움을 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은 비장애일 경우, 완전한 이성상실이 아닌 자기 관리에서 통제된 이성상실이기 때문에 싸움이 끝난 후, 잘잘못을 따지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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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돌아왔어...ㅠ"



문제는 증후군 증상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행동이 분노라는 심리를 동반한 것이라기보다 호르몬적인 영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ASD의 일환인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신을 최강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우리 아이에게 늦은 언어발달과 비사회적 행동들이 나타나며 폭력성이 강하다고 느껴지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거의 없고 같은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는 증세를 보여 대인관계가 어려운 질환이다.

갑자기를 관찰하기 시작하고 난 이후,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는 종종 또래 아이들과 싸움이 일어났다고 전해 들었다.

싸움이라는 표현은 좀 부적절한 것 같고...

일방적으로 때리고 왔다고 한다.

때렸다기보다 꼬집고 할퀴고 밀치는 행동으로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6살이 된 갑자기는 집 앞에 있는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존경하는 남편 왔는데 웬 한숨?"

"후아... 오늘도 갑자기가 친구들을 밀치고 때렸데."

"또?"

"쟤 정말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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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났어 정말~!"



집사람 이야기는 이랬다.

어린이집에서 같은 반으로 있는 여자아이를 이유 없이 꼬집고 다른 친구들을 밀어서 넘어트리는 등의 행동으로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

혼이 났으니 당연히 자신도 화가 났을 것이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고집이란 고집은 다 부린 모양이다.

그 얘기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 오늘 하루 파이팅하셨겠네.'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갑자기의 이런 돌방행동이 자꾸 이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아스퍼거 장애가 떠올랐다.

자폐성 장애의 일환이지만 폭력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제재하거나 원하는 걸 못하게 할 경우 갑자기는 자신의 분노를 힘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관찰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점차 갑자기의 이상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해버렸다.

내가 소파에 앉자 갑자기는 내 무릎 사이에 앉더니 내 얼굴을 잡으며 순수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언어치료를 받더니 이제는 아빠라는 단어도 구사하기 시작한 녀석이다.

"아빠. 아빠. 주세요~"

'주세요'라는 말은 정말 오래 훈련시켜서 듣게 된 말이다.

그러면서 내 바지 주머니를 만지며 무엇을 달라고 한다.

내 스마트폰이었다.

큰 아들을 쳐다보니 이미 엄마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고 갑자기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싶었던 거였다.

못 이기는 척하며 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갑자기 손을 잡은 뒤 이렇게 말했다.

"너, 어린이집 짱 먹었다며? 좋냐?"

우리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해맑게 웃으며 내 스마트폰을 잡고 좋아라 하는 녀석을 어찌해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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