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순간들

#40

by 복지학개론

발달장애인에게 정신과 약을 처방받는 일은 흔한 일이다.

특히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아동의 경우 보통 7세부터 약물 복용을 시작하는데, 정신과 약물에 대한 보호자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의사들은 부모의 통제, 주변의 통제, 자기 스스로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약물을 복용하라고 권한다.

확실히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전과 달리 차분해지고 내성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신경조직과 호르몬을 약물로 조절해서 활동적인 아이도 얌전해지기 때문이다.

도발적 행동이라고 하는 것이 자주 관찰되는 자폐아동들에게 어쩌면 약물처방이 극약일 수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나를 포함해)도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에는 정신과적 질환은 다른 질병과 같이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복용량을 계속 증가시켜 통제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하며, 발달장애의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신과 의사들은 눈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상태를 구분하기 때문에 주로 ADHD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중 자폐성 장애의 아동들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발달장애인의 보호자들은 이런 이유에서 약물을 처방받는다고 말한다.

"애가 너무 심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라도 주면 어떻게 해요. 물건도 부시고 하는데... 그리고 키우는 우리가 너무 힘들어요."

실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시키는 발달장애인 보호자에게 왜 약물을 처방받느냐는 나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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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처방을 받으셔야 해요?"






요즘 들어 갑자기의 행동이 부쩍 달라졌다.

자신의 주장을 나름의 표현으로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전 통제가 안 되던 아니에게 훈육 차원에서 했던 '맴매'라는 단어는 이제 무용지물이 되었고, 새롭고 강력한 치트키가 필요했다.

어디서 보고 들었는지 갑자기는 병원에 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하긴, 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보고 들었다기보다 자신의 경험이 만들어낸 방어수단일 것이다.

덕분에(?) 우리 부부에게 갑자기를 통제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새로운 치트키가 생겼다.

"너 자꾸 말 안 들어? 그럼 어디 간다고 했지?"

"......"

말썽을 부릴 때 우리는 그 치트키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우선 경고성 발언으로 갑자기를 진정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말을 들을 아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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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게 필요해..."



"좋아, 너 자꾸 이렇게 말 안 듣고 그러면... 병원 간다!"

병원에 간다는 말은 우리의 통제를 무시하던 아이의 행동을 금세 멈추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강력하게 대답하는데, 갑자기에게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존댓말'이다.

"시러(싫어), 안 가요!"

강력한 거부의 뜻을 전하며 우리 주변에서 계속 소리치는 갑자기.

"시러, 안 가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말 잘 들어야 돼."

흥분한 갑자기를 타이르며 내가 살포시 안아주고 갑자기 귓가에 사랑을 속삭여준다.

"우리 아들, 사랑해."

훈육을 하면 반드시 아이를 안아 주고 사랑을 표현해주며 자신이 왜 훈육을 받았는지 설명해주면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다는 육아법이다.

그 순간, 갑자기의 주먹이 내 배에 꽂힌다.

"퍽!"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런 공격적인 행동이 부쩍 늘었다.

나에게 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이나 다른 어떤 이에게도 발생한다면 갑자기의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더 고집과 폭력적인 모습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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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힘도 내가 감당이 안 돼..."



이런 모습은 새벽에 잠에서 깨게 될 때도 관찰된다.

나에게 온몸으로 밀어붙이는 행동, 목과 얼굴, 등을 꼬집는 행동, 발로 배를 차는 행동들이 잦다.

예전 자신이 통제되었을 때 큰 아이를 찾아 화풀이를 하는 행동의 빈도가 불었다가 요즘 다시 관찰된다.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순간인가.

비장애인에 비해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폐아동들의 행동을 약물이 아닌 나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겨내고 싶을 뿐이다.

약물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 행동을 집 밖에서도 한다면 큰 문제가 될 거란 고민이 앞선다.

집사람은 만날 이런 상황에 약물을 처방받지 않고 있는 우리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정신과 약물처방에 대한 결단을 내리려고 하면, 이 녀석...

눈치가 정말 빠른 건지 나에게 다가와 스스럼없이 애교를 부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침에 학교 앞에서 등교를 시킬 때 내 손을 항상 꼭 잡고 교문 안으로 들어서서 내가 보이지 않는 그 순간까지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런 갑자기에게 답하듯 같이 손을 흔들어 준다.

"에휴... 내 사랑이 더 필요하나 봐. 아직 약물을..."

또 이렇게 약물처방에 대해 포기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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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성인학대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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