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계

배고프면 헤맬 수 밖에

사랑

by 하민혜
인회는 자신의 삶이 늘 그런 식이 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이 없어서 버려진 자루를 뒤집어쓰기에 급급한 삶, 한번 옷을 잃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옷을 되찾기가 쉽지 않아서 포대 따위에 연연하게 된다. 그저 배가 고픈 사람이 된다. 검은 산을 헤매는 사람이 된다. 사랑에, 아니 사랑의 진위에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고 묻는다면 사랑을 하고 사랑받는 사람은 그렇게 아무 포대나 걸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두온 <러브 몬스터>




"소장님은 남자에게 인기가 없는 스타일이라 모르실 거예요." 그녀는 퍼렇게 곰팡이가 슬은 듯한 눈두덩이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재혼을 했다고 했다. 아니 재혼이 아니라 사실혼이라고 했던가. 결혼 생활 중에 남편의 외도를 겪고, 자신 역시 맞바람으로 응수하며 당당하게 이혼을 했다고 한다. 지칠 줄 모르게도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번은 함께 곰탕집을 차렸다고. 하루는 문을 닫고 쉬는 날에 단골 남자 손님과 가게에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들이닥친 지금의 남편이 가게를 뒤집고 부수며 그녀를 때렸다. 그는 자신을 너무도 사랑해서라고, 그렇게 말한다. 치렁하게 매달린 팔찌아래 벌겋게 달아오른 팔목은 옥살이라도 하는 건가 나는 여간해서 숨쉬기 곤란할 만큼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녀는 우리 회사에 영업을 하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이었다. 나는 그 길로 그녀를 돌려보냈던 적이 있다. 직원으로는 않더라도 고객으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랑에 연연하는 그녀를 재차 만나 휘몰아치는 느낌은 허기진 짐승과 마주 앉은 마냥 불편했다. 내 안에도 버젓이 살아 있는 그 동물은 어지간히 먹이를 줘도 가당치 않음을 안다. 그건 그녀 역시 알고 있지 않을까. 하나 그녀는 어쩐지 멈출 수가 없다. "남자들이 제 입술만 보면 얼마나 달려드는지 몰라요." 반백살이 넘은 입에서 열리는 그 말들에 너덜너덜 찢긴 가슴이 민망할 만큼 훤히 들여다보인다. 더는 겨우 가리고 마는 포대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제 옷을 찾아 입기를. 그렇게나 찾아 헤매는 진실한 사랑이 희망대로 찾아진다면 더욱 좋겠다고 진심으로, 조그맣게 웅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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