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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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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r 09. 2024

주인을 바로 세우다

하늘 예쁜 오늘

좋은 아침입니다. 입 안에 옥수수 알이 터지고 있어요. 달지 않고 고소해요. 옥수수 좋아하시는 엄마가 생각나네요.


늦은 밤까지 열강 해주신 김태한 대표님, 그리고 글로(glo)님들 덕분에 새벽 눈 뜨는데 감사하는 마음부터 올라섰어요.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어찌나 많던지, 질문만으로 한 시간을 더 채웠어요. 무엇보다 질문 하나하나 성의껏 답변을 쏟아내주셔서 정말로 감화받았어요.

글을 읽고 쓰며 달라진 게 많아요. 세상 모든 게 돈으로 보였던 시절을 지나온 저라서요. 소장임에도 회사의 워크숍이나 회식조차 잘 가지 않았어요. 돈을 벌고 쓰는 일이 내 삶에 중차대한 일이라고 여겼죠.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사랑을 위해서였어요.


주객이 전도된다는 말 들어보셨죠? 목적은 사랑이 분명한데 어째 삶에 돈이 목적인 것만 같았거든요. 성과와 성취로 얼룩덜룩 칠해가던 어느 날, 통장에 천 팔백만 원이라는 숫자를 본 겁니다. 받은 월급 중에 가장 컸어요. 처음은 기뻤고 벅찼어요. 거만했고 자부심을 느꼈고요.


기진맥진 집에 들어서는데 남편과는 불편하지, 아이 둘은 칭얼대지. 왜 이리 살고 싶지가 않은 건가요. 사랑을 위해 돈을 버는데 사랑은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입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중이었으니까요. 어릴 적 아빠처럼 밖에 술 한잔 기울이며 풀기는커녕 집에 오자마자 밥을 하고 아이들을 돌봤지요.


푸념하고 낙담했어요. 통장에 찍힌 숫자를 노려봤어요. 유행에 늦는 편이라요. 명품도 몰라요. 사치라곤 먹을 줄밖에 모르는데요. 온갖 것을 팔고 사려는 사람들이 들어찬 도시가 갑갑하대요. 마케팅 천재는 왜 이리 많은가요. 틈 없이 살아가는 나 자신이나 다닥다닥 붙은 빌딩에 숨이 막히는 거죠.


2년 즘 됐을까요. 파도 위에 육중한 군함이 몸을 돌리듯 서서히 방향을 틀었는데요. 매 순간 돈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해왔어요. 돈이 없으면 간장이랑 밥 먹지 뭐, 시골 가서 혼자 살지 뭐. ㅋㅋㅋㅋ 막무가내로 최악을 그리고서 이 삶을 시작했던 겁니다.


우리에겐 습이 있고 관성이 붙어살아요. 저랑 끈끈했던 돈과는 아주 멀어지진 않는데요. 그럼에도 하루가 달라지고, 한 달이, 일 년이..


어제 글로(glo)에 멋진 책과 강연 대표님과 너무나 좋은 분들 함께하면서. '아, 이래서 책을 읽으라는구나.'생각했어요. 행복합니다. 함께 읽어요 우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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