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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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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08. 2024

비우고 나면 사랑뿐이라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창에 빛이 산란하네요. 새벽은 요가하고 명상했어요. 허리가 쿰쿰하니 손님이 오시려나 봐요. 여성이면 매달 찾아오는 객이 있어요. 역시 다음 생은 남자로 태어날까 봅니다. 마음대로 될랑가 몰라요.


6시 5분~20분 정도 줌을 켜고 있어요. 독서모임 분들 오셔서 각자 운동하고 갑니다. 스쾃 30개로 시작해 180개까지 갔어요. 이젠 100개 즘해요. 비디오를 켜도 좋고 꺼도 좋아요. 혹시나 하고 싶은 분 있으면 DM 주세요. 줌 주소 드립니다. 따로 신청하실 건 없어요. '같이'의 힘을 이용해 근테크하려는 뜻이에요.


어젠 종일 정리하고 업무 했어요. 노동자와 다름없이 움직였네요. 일할 때에야 노트북 앞이지만 대체로 몸을 썼습니다. 바쁜 날인 줄 몰랐어요. 날이 저물고 돌아보니 잘하지 못하는(좋아하지 않는) 정리를 하느라 그런 거예요.


정리하면 개운해요. 기분도 상쾌하고요. 대체로 워킹맘이고 아이 둘을 쳐다보면 금세 하루가 갔습니다. 정리 정돈을 뒷전에 미루길 잘해왔어요.


애들이랑 정신없는데 어떻게 책을 읽느냐고, 엄마가 물어보시곤 해요. 이제와 말이지만 좋아하는 일이면 그렇잖아요. 어떻든 할 수 있고 시간을 내기 마련이에요. 내가 좋으면 세상이 말려도 합니다.


24년은 덜고 비우는 '정리'를 슬로건으로 삼은 참이에요. '정리'라는 단어 하나 세울 뿐인데 희한해요. 틈이 나면 사람을 움직입니다. 여러분은 남은 한 해동안 어떤 가치를 우선하실 건가요?


손이 닿질 않는 구석 붙박이장들에 속을 끄집어냈어요. 널브러진 모습에 순간 '괜히 꺼냈나'싶은 마음이에요. 한다고 하는데 멀끔하지 않아요. 오히려 꺼내기 전보다 지저분한 모습이죠.


마음을 비우는 일도 이와 같아요. 꺼내지 말걸, 하는 생각이요. 시커먼 내 속을 묻어두면 됐지, 꺼내고 싶지 않은 거죠. 귀퉁이에 모른 척 쌓아 놓고 살아도 돼요. 그 때문에 삶에 먼지가 자주 일어나긴 할 거예요.. 혹여라도 썩거나 문드러져 일이 더 커질 수도 있고요.


마음 열듯 창을 열기 좋은 계절입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것이 여왕이 납셨다고 하니까요.


엄마 모시고 음식점에 가려고요. 운전이 길 테니 바른 자세로 살살 다녀올게요. 어머니는 나의 뿌리이자, 집이죠. 덕분에 이 삶이 있어요. 덕분에 그대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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