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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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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Sep 11. 2024

내가 만든 한계

아침편지

캄캄한 새벽을 지났어요. 슬쩍 부은 손가락이 울멍거립니다. 잘 잤나요?


하루가 얼마나 휘라락인지 몰라요. 목표와 계획이 사람을 밀어서요. 어젠 아침 수영 가기가 절반만큼 귀찮은 겁니다. 보통 가기 싫은 마음이 30프로 정도라 꾹 누르고 갔다면요. 어제라면 50%가 넘어가는 느낌이에요. 누를 만큼 작지 않아요. 



수영 배우길 참 잘했고 즐기고 있어요. 단지 30년을 넘게 물과 친하질 않았으니까요. 아직 어색한 사이인 거죠. 더군다나 이른 아침이라 물이 차요. 입술이 시퍼렇게 질려 버립니다.



가만 두면 기울겠더라고요. 그냥 털고 일어나 나갔어요. 뭔지 아시나요? 카톡 프로필에 있는데 멜 로빈스의 '5초 행동 법칙'이에요.ㅎㅎ 늘 염두에 둡니다. 주저할 때 생각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에요. 곧장 실행하는 겁니다.


물론 돌다리 두드리듯 '생각'해야 할 지점도 있어요. 그러라고 생각이 있는 거죠. 예를 들면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부터 외식할까, 요리할까 이런 부류에서요. 생각이 필요할 때라면 대개 단순한 결정에서 입니다.



저라면 중요한 결정이나 해야 할 일 앞에선 생각을 믿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첫째로 우왕좌왕 너무 많이 떠들기 때문이고요. 둘째로 내 생각은 '나의 경험'에 갇혀 있음을 알기 때문이에요.



나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건 바로 이 경험에 따른 신념 체계인데요. 이 신념이란 게 자칫 나를 틀에 가두고 꼰대로 만들어 버립니다. 무엇보다 오늘을 살게 하기보단 어딘가에 메어놓기 쉬워요. 


물에 대한 기억과 경험은 저를 붙들기 좋아요. 죽을 뻔한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제 경험을 바꿀 순 없지만요. 중요한 건 새로운 경험을 더해 가며 이전 경험에 대한 '해석'을 바꾸는 일입니다. 얼마간 생각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비단 '물'만이 아니에요. 특정 사람에 의해 고통스러웠던 기억, '돈'과 얽힌 사연, 계절마다 달린 추억들이 나를 붙들기 좋은데요. 


하나는 무엇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렇기보단, 그 경험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야 하고요. 둘째로 특정 경험이 나를 그저 통과하도록 두지 않으면, 나는 끊임없이 나와 세상을 한계 짓는다는 걸 의식해야 해요.


세상 그대로를 폭넓게 함께 경험하고 싶습니다. 안될 게 뭐 있나요. 마음을 열어준다면요. 오늘은 어떤 경험을 할까요? 우리, 생각을 붙들지 않고 생생히 느끼며 통과하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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