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교전규칙
우선 사례들이 다양해서 참 좋았습니다. 이론적인 설명만 나오면 아마도 그저그런 책이었을텐데, 저자가 조사를 많이 하셔서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사례가 많이 나와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미국 최정예 특수부대를 지휘한 퇴역장군이 자신의 임기중에 알카에다와 전쟁을 하면서 특수부대의 운영 방식을 변화한 과정을 책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알카에다는 어찌보면 오합지졸처럼 보이고, 미국 특수부대는 자원과 역량을 최고로 갖춘 조직인데 미 특수부대는 전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더라는 거죠. 그 상황을 분석하니 조직의 변화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여러 사례들이 나옵니다.
산업시대 과학적 관리의 아버지인 테일러의 이야기(기계처럼 분업화되어 효율을 극대화한 관리법).
프랑스-스페인 함대를 무찌른 넬슨제독의 영국함대 이야기(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군대와 수평적으로 주도적인 군대와의 차이).
프랑스의 마지노선 이야기(예측에 기반한 준비가 유효하지 않고 적응력이 중요하다).
유나이티드 항공사고(기장의 명령만 기다리고 능동적이지 못한 조직의 문제)
우주 산업(수백만개의 부품과 의사소통과 목적 일치의 중요성)
이런 이야기들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책 전반에 제시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 기관은 어디쯤에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기관의 조직구조가 계층적이며 분절화되어 있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구조가 유효했던 시대가 있었고, 그런 시대에는 효율성이 중시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복잡성이 높아지는 시대(예측이 불가하고, 빠르게 변화하며, 정형화된 형태가 없는)에는 한계에 많이 부딪히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효율성은 일을 올바로 하는 것이고, 유효성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어떨 때 일하다보면 일을 올바로 하는 것에만 매달려 올바른 일을 놓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본문 중에 이런 내용도 나오죠. “효율적인 조직보다는 적응력이 있는 구조. 효율성 추구가 유연성과 탄력성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기동부대는 효율성을 관리상의 성배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야 했다. 우리는 복잡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 적응성을 추구해야 한다. “ 우리는 효율을 강조하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유연성, 민첩성과 효율성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지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죠. 일을 하다보면 어떤 분들은 이것들이 동일한 개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일로 현상에 대한 문제도 나옵니다. “우리 팀들의 목적은 편협했다. AQI 격퇴가 아니라 임무 완수 또는 첩보 분석 완료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각 부대에게 정말로 중요한 전쟁의 부분은 조직도상 자신들의 박스 내부에 있는 부분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일로에 갇혀 전쟁을 위한 전쟁을 하고 있었다. 놀랄 만한 효율성을 가져온 전 문화가 현실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에 직면하면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경영에서 MECE(상호배제와 전체 포괄,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컨설팅이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예측하고 가정할 때, 잘 사용하죠. 마치 이런 모습입니다.
축구장이라고 생각하면 각가의 축구 선수가 저 MECE 네모칸 안에서만 움직인다고 생각해보세요. 어처구니 없는 경기가 될 것 입니다. 그런데 사일로 현상으로 조직안에서 실제 저런 식의 업무방식으로 일하는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축구 선수는 전체 경기의 흐름을 보면서 움직여야 합니다. 팀 전체의 합의된 대형을 유지하며 공수 전환과 때로는 빈공간을 메워주고 다른 이의 역할을 같이 도와주며, 승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지, 각자 맡은 역할에만 충실해서는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 전체를 보기 위해서 NASA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수백만개의 부품과 부속들이 조합되어야 하는 우주선을 제작하는 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경영의 불가능한 영역처럼 느껴지죠. “누가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지정한 사일로와 프로토콜이라는 미로 대신, 폰 브라운은 내부와 외부의 두 가지 상태를 만들었다. 내부에 있는 사람은 아폴로 프로젝트를 완전하게 수용하여 이해해야 했다. 전문가는 전문적인 일을 계속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이해해야 하며, 비록 전체를 이해하느라 다른 업무를 못할 정도로 시간이 걸리고 어느 정도 비효율적이어도 이해해야 했다. 서로 영향을 주는 생산품을 만들 때 전문가들을 사일로에 가두는 것이 어리석은 것임을 이해했다. 고차원의 성공이 저차원의 비효율에 달려 있음을 이해한 것이다.”
NASA와 반대의 사례도 나옵니다. 제대로 전체를 보지 않고 소통하지 못하여 발생한 문제 입니다. 유럽에서도 NASA처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가 우주산업에 발을 들였으나 서로 기술은 있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함 자국이 맡은 부분을 관리하고 자신들의 경제적 이점을 극대화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정보 공유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중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조직상의 의사소통 부족이라는 결론을 지었다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미국 특수부대가 알카에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변화하면서 각 구성원이 전체그림을 이해하고 서로간의 신뢰와 소통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우선 물리적 공간의 재배치를 합니다. 칸막이식 사무공간에 대한 생각도 책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O&I라는 일일 브리핑을 통해서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실시간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고위 지도부 팀의 시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O&I는 최상위 리더가 주최하고 현재 이슈와 목표 등을 매일 매일 브리핑하는데, 이 브리핑에는 모든 전투부대원이 원할 때면 언제든 참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직원 전부에게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 정보에 대한 비대칭성이 없어지면서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속도 있는 의사결정과 올바른 일을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책에서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리더는 체스를 하는 체스플레이어가 아닌 텃밭 관리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체스 플레이어는 승리하기 위해서 말을 배치하고 움직이는 역할을 혼자서 하지만, 텃밭관리자는 텃밭의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라고 합니다.
정보 공유의 확대: 우리는 발생할지 안할지 모르는 리스크 때문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다고 느껴집니다. 조직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지에 대해서는 리더십 외에는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고, 각 실무자는 자신의 업무에 갇혀 올바르게 일하기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일을 다같이 할 수 있도록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길 바라며, 리더십의 생각과 방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공유된다면 조직내에 사일로 현성이 감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적 재배치: 부서별로 층을 분리하고 리더들과 소통의 벽을 만드는 공간적 환경은 효율을 중시하는 환경에서 유효했던 배치였습니다. 이제는 목적별로 역할이 다른 팀간의 활발한 의사소통과 교류, 협력이 가능하도록 밀접한 기능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재배치하여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신뢰도 생기지 않습니다. 이는 팀간 부서간 이기주의로 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장기 전략을 반영하여 밀접한 팀들이 서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의 이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현재 우리 기관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복잡성과 예측불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시대에, 여러 기관과 조직들이 이 문제에 대해 대응했던 혹은 실패했던 사례들을 읽으면서 나와 우리 기관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저자의 경험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해결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기관이 지금 어느 때보다 필요한 조직적 역량, 즉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저자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한 것처럼,
1) 각 부서나 팀의 역할과 목표를 넘어서는 기관의 본래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2) 구성원들 간 적극적인 정보의 공유를 통해 (책에서는 공유의식이라 표현) 사일로 현상을 해결하고
3) 권한 위임을 통해 빠르게 의사결정
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당장 필요하고 적용해 볼 수 있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떠 오른 단어는 [신뢰] 였는데,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통해 구성원/팀 간 [신뢰]가 쌓이게 되고, 또한 충분한[신뢰]를 바탕으로 권한 위임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리더의 역할에 대해 '백퍼' 동의했는데, 저의 짧은 팀장 경험에도 비추어 보자면 각 실무에 대해 담당자만큼 많이 알고 고민을 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리더는 전체 기관 혹은 부서의 중요한 정보들을 잘 공유해주어 팀원들이 실무를 진행함에 있어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때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프로세스 상의 어려움들이 있으면 해결해 주는 역할(책에서는 텃밭 가꾸기라 표현)을 해야한다는데 공감하며, 저부터라도 그 역할들- 빠르게 정보 공유하기, 이메일/ 간략 미팅 등을 통해 팀원들과 지속적인 업무 공유 등-을 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특히 협업을 많이 하는 부서/ 팀들간 목적 의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무자들간 협업을 연중 진행하면서, 팀장들 간에 해당 업무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이나 목적, 그리고 그 결과물을 보다 자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저부터 좀 해 봐야겠네요- :)
이 책은 부서장님, 팀장님들이 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우선 올 해 안에 몸 담고 있는 CoP 멤버들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좋은 책 추천해 주신 민혁 과장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