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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MUJI)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찾아내는 것

도쿄 여행의 명분

by 작은공원

이토야문구의 지하를 벗어나 내가 이동한 곳은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무인양품, 일명 무지(MUJI)였다. 이곳 역시 긴자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 중 하나다. 사실 무지의 본점은 긴자가 아니라 바로 옆 동네(?)인 유라쿠초에 있다. 이곳에 가면 무지가 추구하는 모든 것과 정말 많은 상품들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굳이 긴자 무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 접근성 때문일 것이다. 긴자는 관광객이 머물기 좋은 숙소들이 많고, 무지 이외에도 쇼핑거리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나도 이곳을 방문했느냐, 그건 아니다. 이곳 6층까지 올라가면 무지의 철학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전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6층부터는 무지 호텔의 리셉션이기 때문에 숙박을 하지 않는 관광객들은 잘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할애한다면 무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내가 이날 방문했을 때에는 '엄마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작은 전시를 하고 있었다. 여기도 이토야문구와 마찬가지로 관광객이 아닌 일본인 아주머니 몇 분만 관람을 하며 공감의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심플함 속에 따뜻함이 있는 무인양품 긴자점의 전시 '엄마의 공간'


전시는 단순했다. 옷장 같은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마의 주방 콘셉트가 보인다. 심플한 식탁, 그 위에 올라간 접시. 그리고 옆 방으로 들어가면 엄마를 표현한 조각이 있다. 그렇게 전시는 끝이다. 하지만 이 작은 전시는 무지가 보여주고 하는 것을 모두 담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심플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엄마의 공간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무지의 철학이다. 그래서일까 앞서 말했던 그 아주머니 몇 분은 과거를 추억하고 공감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1983년 무인양품이 시작한 그곳에 파운드 무지 1호점이 들어섰다.


아주 짧은 전시를 마치고 나는 시부야 옆 아오야마에 위치한 파운드 무지(Found Muji)로 향했다. 사실 유라쿠초 본점에도 파운드 무지가 있지만 긴자에서 꽤 거리가 있는 아오야마까지 온 이유는 2011년 무지의 철학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새롭게 론칭한 파운드 무지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파운드 무지를 조금 더 설명하면, 그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물건을 찾아(Found) 무지의 철학으로 다시 해석하여 파는 곳이다. 조금 더 알기 쉬운 예로 우리나라의 무지에서 약과를 판다거나, 청송 사과 주스를 파는 등 지역 콜라보 제품을 파는 것으로 무지가 만든 것이 아닌 지역이 만들 것을 무지의 느낌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 파운드 무지다.



아무튼, 어둑어둑 해가 지기 시작한 저녁 6시 즈음 파운드 무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하루를 마친 직장인 몇 명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나도 제품들을 훑어보았다. 소스를 담는 작은 접시부터 국그릇, 참깨를 빻을 수 있는 나무 등 일본의 고유한 식기 문화가 담긴 제품들이 놓여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제품이 일반 무지에도 있긴 하지만 그 모양과 특색은 조금 남달랐다. 조금은 투박해 보이고, 조금은 예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 옛날 도쿄인들이 사용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 때문일까? 제품들 대부분 1,000엔이 훌쩍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당시 나는 하나 정도 사갈까라는 마음에 제품을 집어 들었다가 가격을 보고 살며시 내려놓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었다. 오직 아오야마 파운드 무지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인데 말이다..


파운드 무지는 도쿄인들에게도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이처럼 무지는 그들만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잘못되었다. 무지의 본질은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내어 심플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지의 제품들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 속에 두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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