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의 명분
'호텔 가조엔 도쿄'에서 의미 있는 아침 식사를 즐긴 후, 나는 도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인 '긴자'로 향했다. 볼 것도 많고 살 것도 많은 긴자에서 인사이트를 찾기 위해 첫 번째로 정한 곳은 이토야문구(ITOYA)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긴 하지만 나는 이곳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기로 했다. 관광객의 시선에서 이토야문구를 들리면 1층부터 12층까지 올라가기 바쁘다. 하지만 나는 곧장 지하 1층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곳은 'Inspiration Hall'로 시즌에 맞춰 팝업과 전시가 열리는 곳이다. 'Inspiration Hall' 만큼은 관광객이 아닌 긴자와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 그리고 이토야의 철학을 사랑하는 도쿄인들이 들린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한 날에는 과연 어떤 전시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기대를 갖고 찾아갔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지금의 전시 콘셉트를 소개하고 있다. 바로 '2025년 캘린더!' 사실, 달력을 주제로 전시를 한다는 것이 좀 의아했다. 우리나라에서 달력이란 회사에서 선물 받거나 카페 등의 프로모션으로 구매하는 정도인데 이것을 전시를 한다니. 아무튼 물음표를 계속 가진 채 걸음을 옮겼는데, 벽에 걸린 달력들을 보고 나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바로 이토야문구의 철학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달력은 날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을 걸어 놓는 콘셉트이었다. 유명 작가를 비롯해 일본의 아마추어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을 테마로 달력을 만들었는데 그 앞에 선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할머니는 사뭇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시고 이내 마음에 드는 달력, 아니 작품을 집어 드셨다.
또 다른 중년의 남성은 사뭇 진지하게 메모를 하고 있었다. '달력을 보면서 무엇을 메모하지'라는 생각에 잠시 옆에서 다른 것을 보며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났을까, 중년의 남성은 이내 꼼꼼히 보던 달력을 여러 장 집어 들고 자리는 옮겼는데 그 남성이 보던 것은 다름 아닌 제철 음식이 기록되어 있는 달력이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식자재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이 달력을 구매한 중년의 남성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예상을 해보았다.
이토야문구가 왜 이러한 전시를 하고 물건을 팔까? 그것은 이토야문구의 철학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토야문구는 '좋아하는 물건을 오랫동안. 소중히 계속 사용한다.'와 '단순한 문구를 넘어 창의력과 예술을 판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를 대입해 달력을 보면 단순히 일 년의 날짜를 세고 버리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좋아하는 그림을 오랫동안, 생각날 때 꺼내볼 수 있는 것이자 집 안에 창의력과 예술을 공급하는 물건인 것이다. 이렇게 깊은 철학과 콘셉트가 있기 때문에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달력에 그 이상의 가치를 넣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