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의 명분
어느새 도쿄 인사이트 여행의 절반이 지났다. 5일 차의 시작은 너무 가보고 싶었던 '호텔 가조엔 도쿄'로 정했다. 호텔 가조엔 도쿄는 숙박 그 이상의 공간으로 최근 도쿄인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실제로 도쿄의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한 번씩 소개했던 곳인데,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합리적인 호텔 디저트와 일본의 전통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뮤지엄호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오늘의 아침식사 장소로 호텔 가조엔 도쿄를 방문하기로 했다. 메구로역에 내려 십분 정도 골목길을 걸어가니 크고 웅장한 자태의 호텔이 보였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신라호텔과 워커힐 호텔이 생각나는 느낌이었다. 현대식 외관을 지나 입구에 들어선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했다. 벽에는 호텔의 90년 역사 소개와 더불어 일본 전통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니 마치 정원을 걷는 듯한 다리 구조로 되어있었는데, 실제로 양 옆에 물이 흐르고 있어 공간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잠시 화장실을 들렸는데, 화장실도 마치 정원 속에 있는 느낌을 들도록 만들어 놓았다. 조금은 웃기지만 화장실도 꼭 한번 들려보길 추천한다.)
감탄을 거듭하며 들어선 호텔 카페 라운지 '판도라'. 메뉴판을 보니 정말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에프터눈티세트가 5,000엔 수준이었고 나머지 커피와 토스트 등도 2,000엔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대중적인 가게와 비교했을 때에는 물론 비싸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최근 도심의 트렌디한 카페를 가더라도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곳이 많으니 호텔 카페 라운지가 이와 비슷한 가격대라는 것은 놀랍다. 이 때문인지 주변을 돌아보니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일본 청년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친목 모임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 청년들은 식사를 끝내고, 호텔 가조엔 도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본의 정원에서 사진을 찍거나 도쿄에서 지정한 유형문화재인 '100단 계단 전시'를 보러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뒤따라가며 행동을 보니 호텔이 곳곳에 마련해 놓은 문화재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호텔에서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을까? 이는 호텔이 허문 장벽과 이를 적극 활용한 세대의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호텔 가조엔 도쿄는 스몰 럭셔리 호텔로 유명하다. 스몰 럭셔리 호텔이란, 부티크 호텔 연합이 세계 곳곳의 부티크 호텔을 대상으로 독특한 개성을 가진 호텔을 선정한 것을 말하며,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일종의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리고,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시치고산 풍습(3, 5세가 된 남자아이와 3, 7세가 된 여자아이를 그 해 11월 15일 가까운 신사나 절에 데리고 가 그때까지 무사히 성장했음을 축하하는 일본의 전통 행사)으로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문화가 존재한다. 호텔 가조엔 도쿄 근처에 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호텔이 일본의 전통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들의 문화를 알려주기 위함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호텔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최근 국내 유명 호텔들은 초프리미엄, 초럭셔리에 목을 매고 있다. 여름이 되면 10만 원이 넘거나 육박하는 빙수를 내놓고 있고, 심지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40만 원 한정 케이크를 선보였다.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마케팅일까?.. 이러한 마케팅이 과연 어떤 문화를 만들까? 모두가 호텔 가조엔 도쿄처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서울에서 호텔 가조엔 도쿄처럼 한국의 문화를 부담 없이, 하지만 진심으로, 인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한 곳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