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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중곡예사 Feb 12. 2022

피식, 웃었던 순간

희로애락_희 : 아빠의 말

아빠는 말이 많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거실에 앉아 있거나 잠시 부엌에 있을 때, 화장실에 가려고 방 밖을 나선 그 찰나에도, 말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가족이니까, 자식 아니면 누가 들어주나 싶어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진짜 별 얘기가 아니다. 그냥 자신에게 있었던 이야기이다. 주제나 교훈, 웃음 따위는 없다. 내가 어딜 갔는데, 무엇을 봤다, 누구를 봤다, 뭐 이런 요즘 말로 TMI 중에서도 TMI인 말들이다. 처음에는 열심히 들어줬다. 하지만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나는 지쳐서 아빠를 마주칠세라 피하기 바쁘다. 몇 번은 좀 죄송한 마음에 피하지 않았지만,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집에서라도 조용히 있고 싶은 나는 다시 아빠와 숨바꼭질을 했다.


가족 단체 채팅방이 있다. 주로 공지가 있을 때 사용한다. 명절에 시골에 갈 것인가, 간다면 언제 갈 것인가. 택배를 대신 받아 달라. 저녁 반찬으로 무엇을 해놓았으니(평소에 없는 메뉴일 때) 먹으라는 등의 대화가 오고 간다. 단체 채팅방이니까, 나는 조용한 걸 좋아하니까, 가족 단체 채팅방도 예외가 아니다. 자주 울리지 않음에도 알림을 꺼놨다.


정시 퇴근을 위해 회사에서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데, 카카오톡 앱에 숫자가 떴다. 알림이 없는 거 보니 단체 채팅방 메시지겠거늘 하고, 앱을 열었다. 가족 단체 채팅방 알림이다. 알림 숫자를 없앨 생각으로 열었다.











아빠 : 아빠 얼굴  겨드랑이 점과 사마귀, 없애려고 피부 마취하고 있지요~~(하트)

엄마 : 아이구 예뻐지겠네

동생 : 치료하면 이제 안 난대?

아빠 : 나이가 있어서 또 날 수가 있대요~~(하트)

아빠 : (얼굴과 목에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이고 찍은 셀카)

아빠 : 상징인 턱에 있는 큰 점만 안 하고~~(하트)


내용과 상관없이 모든 메시지 끝에 물결과 하트를 붙인 아빠의 메시지를 보고 순간 터졌다. 나는 올라간 광대를 애써 내리며, 잘 아물게 술 먹지 마시라 답장을 했더니, 답장이 왔다.


아빠 :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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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맛이 떨어지네요.

하트 특수문자를 (하트) 이렇게 쓸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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