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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중곡예사 Feb 21. 2022

욕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희로애락_노 : 종일 화나는 날

그런 날이 있다. 빡침이 연속해서 일어나는 날. 그래서 종일 화난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월요병'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눈 뜨기도 전부터 피곤한 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래층 새벽 빌런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소음을 내고 있다. 새벽 3시, 또는 새벽 4시. 늦게 자는 사람도 잘 시간인 이 시간에 아래층 사는 사람은 소음을 일으킨다. 우당탕 소리가 아니다. 덜컥덜컥 소리도 아니다. 이이이이잉~. 진동 소리다. 헤어드라이기인가? 에어랩 같은 소리가 유난히 큰 헤어 기기인가? 가습기인가? 믹서인가? 안마기인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진동 소리에 나는 매일 새벽에 깬다. 나는 그 진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네가 내는 소리를 위층에서 듣고 있다고,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라는 심정을 담아 바닥을 쳤다. 그러면 그 진동 소리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난다. 도대체 새벽 3시부터 4시 넘어서, 5시까지 진동 소리를 간헐적으로 낼 만한 게 무엇인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새벽에 진동 소리를 낼 만한 건 무엇인가? 그 물건을 알면 부수고 싶다. 아니면 나도 사서 똑같이 들려주고 싶다. 오늘도 신경질적으로 네 소음에 내가 미치겠다는 것을 알렸다. 그랬더니 천장을 친다. 어쭈? 얘가 본인이 소음 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구나.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머리 위로 샤워기 물을 쏟아 피곤함과 졸음과 화남을 씻어내고, 출근했다. 페이코라는 결제 앱을 이용하면, 메가커피에서 3000원 이상 음료를 1000원 할인해준다는데, 월요일 출근 보상으로 모닝 음료를 마시려고 카페 키오스크 앞에 섰다. 페이코로 결제를 하려는데, 페이코 앱을 아무리 눌러봐도 결제하는 바코드가 없다.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음료를 사지 않고 그냥 회사로 갔다. 컴퓨터를 켜고 찾아봤다. 결제 바코드 찾는 방법을 알아내 다시 메가커피로 갔다. 아까 들른 매장과 다른 매장이다. 페이코 결제가 없다. 뭐가 잘못되었나 싶어 계속해봤지만, 되지 않는다. 페이코 앱이 결제 바코드를 알아보기 힘들게 한 거에 빡쳤는데, 이제는 이 매장에서 페이코 앱을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에 또 빡이 쳤다. 처음 갔던 매장으로 갔다. 주문했고 1000원 할인을 받아 음료를 샀다. 전에 맛있게 먹었던 음료를 샀는데, 이번에 스텝이 잘 못 만들었나 보다. 달아야 할 음료가 쓰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기침한다. 내 옆자리 동료는 가족이 확진되어, 음성이지만 재택근무 중이다. 나는 지난주부터 목이 아팠다. 오미크론은 목 아픔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확진되어 자가격리 중인 친구로부터. 지난주 금요일에 검사를 받았지만, 3일이 지났으니 또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2시부터 1시는 선별진료소 점심시간. 내가 다니는 회사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 옆 팀 부장에게 선별진료소를 다녀오게 30분 늦게 나가서 30분 늦게 들어오겠다고 말했다. 미리 줄을 서야 빨리 들어가서 제시간에 회사에 복귀할 수 있다. 그래서 점심도 먹지 않고 12시 30분부터 눈보라가 치는 길에서 덜덜 떨며 줄을 섰다. 손이 시려서 친구에게 메시지도 보내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30분을 기다려 들어가서 코를 찔리고(심지어 용액이 부족하다고 두 번씩 더 찔렸다), 키트를 들고 15분을 대기했다. 매일 감기약을 열심히 먹은 덕분인지, 다행히도 전염되지 않은 건지, 신속항원키트에 한 줄이 떴다. 바로 회사로 복귀했다. 1시 30분, 시간에 맞게 도착했다.


상무가 나를 부른다. 시간을 잘 지키자고 말하려고 부른 것이다. 나는 지난주부터 목이 아파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30분 늦게 나와서 30분 늦게 온 것이고, 이걸 부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앞으로 상무님께 얘기할까요? 물어봤다. 자기는 전해 들은 게 없어서 몰랐다며, 앞으로 자기에게 메시지를 남기라고 했다.


그동안 상무에게 쌓였던 게 이 별거 아닌 것에 폭발해서 화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옆 팀 차장은 2시에 들어오는데 상무는 아무 말이 없다. 생각해보니 옆 팀 부장은 점심시간 전에 나갔다. 부장과 차장은 점심시간을 어겨도 되고, 과장 나부랭이에게는 시간 잔소리를 하려고 회의실에 따로 부르고. 화가 났다. 울리는 카톡방마다 들어가서 욕을 했다. 급 발진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또 화가 나서 욕을 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스로 기분을 풀고자 했다. 하지만 피곤으로 나를 누르고 있는 새벽 아래층 진동 빌런,  눈앞에 보이는 메가커피 테이크아웃 ,  미터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상무는 마치  손톱으로  머릿속을 헤집고  뇌를  짜듯이 꼬집었다.




이 화를 풀고자 글을 썼는데, 쓰고 보니 또 화가 난다. 욕할 정도가 아닌데, 나는 종일 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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