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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하루를 다루기

by 미니작업실

매일이 소중하고 일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특별히 기다리는 하루, 모두 다 잘 이뤄내야 하는 소중한 하루도 있다. 예를 들어 올림픽이라던가 입학식, 졸업식, 누군가의 생일, 첫 수업일, 첫 출근일, 마지막 출근일, 마지막 수업일, 발표해야 하는 날, 여행 가야 하는 날, 아이를 낳는 날, 결혼하는 날 등등 누군가는 쉽게 생각하고 당연하게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들뜨는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날을 점을 찍어놓고 천천히 그 하루가 다가올 날을 기다리게 된다. 그날은 마치 그날을 준비해 온 수많은 염원이 모인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날을 준비할 때는 침묵만큼 좋은 게 없다. 들뜨는 마음은 부풀어올라 감정을 동요시킨다. 감정의 동요는 일상에서 재미의 요소일 때가 많지만 대체로 들뜨는 감정은 감정조차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를 때 붕붕 뜨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럴 때 일 수록 사람과의 만남은 최소화하고 감정이 그 일에 매몰돼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사람이 말로 내보내는 에너지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내가 들떠있을 때는 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들어오는 피드백도 썩 좋지만은 않다. 두서없이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나 자신과 타협을 하며 내 손을 기다리는 주변의 것을 정돈해 두는 게 좋다. 내가 매일 보내는 집안은 혹은 회사에서의 일은 항상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손을 떠나버린 물건들도 새 주인을 찾아주거나 쓸모없는 것들은 정리해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을 그저 정돈만 해둬도 들떴던 감정에서 소중한 그 일을 잘 이루기 위해 그 시점에 내가 필요할 일들을 미리 계획하고 처리하는 나로 변하게 된다. 그저 감정 나누고 쏟아붓기로는 해결되지 않는 감정이 있다. 이때 가장 많이 영향받는 게 불안이라는 감정일 것이다. 웃음이 나는 기쁨도 번지지만 불안한 심정은 몸이 덜덜 떨리듯 나에게도 영향을 준다.

나에게도 반짝이는 감정과 감추고 싶은 감정이 있듯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감정과 묵혀둬야 하는 감정이 있다. 그럴 때 정작 중요한 일은 다가 올 날만 기다리고 관심의 발을 빼고 천천히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중요한 일과 내 일상의 중요성이 비등한 느낌이 들만큼 신경을 못 쓸 때쯤이면 그 일이 오히려 더 잘 풀리게 된다. 그 특별한 일도 큰 파도로써 정신을 잃게 만들지 않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도와준다. 이렇게 준비해도 막상 그날이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불안정한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도 끊임없이 들떴던 감정을 가라앉혀뒀기에 그 정도로 불안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감정을 천천히 침잠시켜 섬섬한 마음을 일상에 가져오고 그걸 특별한 소중한 하루에도 가져오는 것이 오늘 내가 해야 할 숙제이다.

오늘도 오늘의 들뜬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혀본다. 그렇게 소중한 하루를 다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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