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는 화분, 비슷해 보이는 화초들을 매번 손질하다 보면 게으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서 시든 꽃을 따주거나 잎 정리는 빨리 하지만 생각보다 화분 배치에는 손이 안 가게 된다.
눈에 보이는 상태가 안 좋은 화분들이 있길래 정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 공간에 다른 화분을 놓게 되고 더 잘 어울리는 화분들로 옹기종기 새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아주 잠깐동안 자리만 바꿔 놓았을 뿐인데 공간이 정돈돼 보였다. 꽃들도 다 하나하나 싱싱해 보이고 관리가 쉽게 보였다.
식물등에 갑자기 가깝게 자리 잡게 된 화초들은 잎새가 조금씩 그을린 듯 해 걱정을 했는데 여지없이 화려하게 꽃망울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에 내가 잠시 물시중이 게을러질 때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그걸 보면서 내 집, 내게 익숙한 공간에 조금이라도 손길을 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작은 정원이 보여준 힌트 덕분에 여느 때보다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부지런을 떨고 있다. 집안일은 애쓴 티가 안 난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안 하면 무너지는 공간들이 있다. 쉴 새 없이 써야 하는 공간에서는 잠시 부지런하게 정돈하고 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유지되는 곳이다. 정성이 쌓이면 집 자체가 정성스러운 공간이 되지만 귀찮아서 미루고 구석에 쌓아두고 아까워서 억지로 모아둔 것들이 쌓이면 샤워부스 사이에 끼인 붉은 곰팡이처럼 급하지는 않아 계속 다음으로 미루고 막상 손대기는 싫어서 방치하는 무엇이 돼버린다. 그런 숨은 공간을 찾아 조금씩 정돈해주고 있다.
늘 자주 쓰는 공간에 작은 일, 눈에 드러나지 않는 곳도 잘 정돈만 해줘도 내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 바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선물이 됐다.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뭔가를 하려면 먼저 해야만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손끝조차 움직이기 싫었던 적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동적으로 포기가 많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나노단위로 작은 것에서 깔끔하게 정돈된 것에서 오는 기쁨과 뿌듯함, 감동이 느껴지니 더는 우울한 감정, 무기력한 마음은 머물 곳이 없었다. 작은 성취감은 나를 세우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번 한 주도 곳곳에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을 찾아 열심히 들여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