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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by 미니작업실

예전에 미용 관련 프로를 보면서 들은 정보가 있었다. 아예 여름이나 겨울 같은 계절보다 봄, 가을에 얼굴이 많이 상한다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봄이나 가을에 오히려 로션, 크림을 잘 바르면 피부가 늘어지거나 수축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많은 노화를 천천히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사람의 피부뿐 아니라 내 삶도 화초들의 삶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초들도 지금 가지치기를 해둬야 뿌리가 건강하게 자리 잡고 큰 기둥, 줄기에 영양이 채워진다. 봄이 온다고 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그 꽃이 나올 수 있는 기초작업을 더 신경 쓰는 것이다. 초록 잎사귀들도 이미 오래된 잎은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한다. 피부가 그렇듯, 내 가드닝이 그렇듯, 내 마음도 가지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이상하게 1월보다 더 멍하고 붕 뜨는 2월을 맞이하면서 심적으로 안정감이 없었다. 또 할 일을 계획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애매한 계절을 따라 설레는 뭔가를 쫓아다녀야 하는지, 이미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더 깊이 몰입을 해야 하는지 잡히지 않았고 일상에서의 작은 선택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이불을 빨아야 하는지, 봄 옷을 지금 사두는 게 맞는지 등등 말이다. 오히려 잠을 푹 못 잤고 잠을 자도 자도 부족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계획 없는 일상을 보내다가 우연히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겨났고 그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발심이 생겼다.

그리고 일상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차례로 순위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면서 저절로 다른 지엽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번 한 주는 그 우선순위로 잡은 일정을 실천해 보고 일상을 다듬는 시간이 될듯하다. 가드닝도 그림도 글쓰기라는 바퀴를 굴리면서 일상의 가지치기에 더 공을 들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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