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을 기다리는 마음

by 미니작업실

아이가 봄을 기다리는 만큼 나도 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집 화초는 우리 집 광량에 맞게 딱 잘 자랄 수 있는 애들로만 구성돼 있다. 실력이 늘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게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식집사는 그저 욕심 덕분에 이것저것 다 사들였다가 거의 다 죽어서 알아서 이만큼만 남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남은 애들 안에서 이만큼이나 꽃을 보여준다는 게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그런데 믿고 있던 고사리류가 조금 시들 거리다가 몇몇 개가 자리를 비우자 화분 자리에 조금 틈이 생겼다.

마음 같아서는 좀 넓은 화분에 한 대 심고 관리하기 쉽게 두고 싶지만 꽃은 다 같은 종류라고 해도 다 친한 게 아니고 다 건강한 게 아니다. 몽땅 심었다가 몽창 죽을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그렇게 죽어간 꽃들을 많이 봤는데도 봄을 기다리게 된다. 예전에 처음 화원에 가서 늘어져있는 꽃들을 보며 받은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잔잔하고 은은한 기쁨이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과 기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일부러 더 안 가고 있다. 제대로 봄이 됐을 때 준비하고 기다리는 예쁜 아이들을 마음껏 보고 싶기 때문이다. 조금 더 준비됐을 때 건강한 아이들을 한 아름 집어오는 재미가 좋아 아끼고 있다.

나는 작년동안 설레고 실패하고 후회하는 반복을 또 하게 될지 모른다. 다 실패했을 때는 내가 부린 최선의 마음이 아깝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또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느끼고 이번에는 좀 더 맞는 아이로 골라 올 수 있을 거란 작은 자신감도 생겼다. 분명 나는 4~5월쯤 정신없이 꽃들을 들이며 기쁨에 젖어 있을 것 같다. 봄이 가지는 따뜻함,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흐드러진 벚꽃은 또 얼마나 예쁠지 기다리게 된다.

요즘 방심하면 추운 바람이 분다. 심지어 눈발도 날려서 기다리는 마음이 시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다리는 마음이 싫지 않다. 아이 돌보랴 해야 할 일을 해내랴 살림하느라 바쁜데도 아주 가느다란 나의 취미 한 줄기가 설렘을 주고 위로가 된다는 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늘도 급하게 물샤워를 주고 화분자리를 잡아주었다. 주인 손길이 바빠도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지 또 이렇게나 예쁘게 펴주니 잔잔하게 기쁘다.

예전 가드닝할 때의 잔잔한 기쁨을 다시 삶 속에 가져올 수 있길 그때는 나도 일상에 루틴이 잡혀 꽃을 좀 더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keyword
이전 15화그때의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