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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달리기

by 미니작업실

어쩐지 몇 주 전에 나에게 도착한 이상하리만큼 고요하고 여유 있고 늘어지는 일상이 반복됐다.

그때 약간의 자각이 있었다. 이건 숨 고르기 시간이라는 것을.

분명 조금만 지나면 시간을 촘촘히 써야 하는 시간이 분명 다가올 것이란 걸 말이다.

늘어져있던 그때는 일상에 아주 작은 규칙만 있을 뿐 어느 것도 정해진바 없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일상 같았다. 마치 신발을 빨기 전 물에 담가놓고 깊이 밴 뗏물을 빼는 것처럼 내 일상의 모습은 마치 담가놓은 신발 같았다. 그렇게나 늘어지고 의욕이 없던 어느 시점, 그 시절에도 아주 미미하게나마 수행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법당 앞에 가서 경을 읽고 글을 쓰고 그 부처님 전에 지혜를 달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허기진 기도를 했었다.


그렇게 우연히 선지식을 만나게 됐고 나는 늘어진 시간을 돌아보며 그 시절에 본 드라마를 떠올려볼 새도 없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법문을 듣고 좌선을 하고 사경을 하고 경전을 읽는다. 그 사이사이 나의 일상은 발 빠르게 굴리고 있다. 수행을 해야 하는 사람이 수행을 놓으면 일상을 엎어놓는다. 수행을 해야 하는 사람은 야생초 같은 사람들이다. 황무지 길에서 길을 찾아야 하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의미를 찾아 지도를 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감각을 대충 쓰면 감각이 무뎌진 줄 알고 삶으로 파도를 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알아서 열심히 수행길에 자신을 놓으면 일상은 그냥 알아서 굴러간다.

그렇게 나는 갑자기 내게 온 많은 양의 수행과제를 해내고 있다.

내가 숨 쉬듯 자연스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여유가 있어서 그런 시간이 있을 것 같지만 우선순위를 다 배치를 한 것이다.

가장 가치 있고 집중이 잘되는 시간에 좌선을 한다. 그리고 잠이 올 때는 사경을 한다. 손을 움직이면 게으른 잠은 달아난다. 그럼에도 의식이 흐려지면 법문을 듣는다. 설거지할 때도 청소할 때도 걸을 때도 쉬지 않고 법문을 듣는다.


나라는 사람은 연꽃처럼 겹겹으로 싸여있다. 그중에 귀 밝은 나는 그 경전을 이해하는 귀가 있다. 귀 기울이는 내가 있다. 그 귀 기울이는 나 자신을 위해 법문을 듣는다. 그렇게 다리 각각에는 일상과 수행을 붙잡고 하루를 살고 있다. 지금부터 3년 동안 달려야 한다. 재밌기도 하지만 한 번씩 숨이 차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숨을 쉬어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바세계, 인욕수행을 위한 장이다. 경쟁과 투쟁이 많은 아수라 세상, 간간히 맑은 사람들이 숨 쉴 곳이 없는 곳이다. 나를 위해 살려고 기도를 하고 누군가를 위해 살리려고 그럴 자격이 되고자 수행을 한다. 나의 수행이 언제나 청정하기를 의도가 언제나 순수하고 천진하기를 기도한다.

청정한 맑은 마음이 허기진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기도한다.

다음 주에는 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 정도는 익숙한 내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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