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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화분

by 미니작업실

가드닝을 하면서 의외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화초 크기에 맞는 알맞은 화분 찾기였다.

선물 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키울 목적으로 들인 화초는 화분 선택의 폭이 넓고 그만큼 식집사의 알음알이가 많이 반영된다.

식물들마다 어울리는 화분이 있고 또 화초마다 물을 먹는 속도도 다르다.

화분크기가 적절해야 그에 맞는 흙의 양도 정해진다.

또 자라는 속도도 화초마다 다르다. 어떤 화초는 돌아서면 키가 자라는 애가 있고 옆으로 많이 퍼지는 애도 있다. 잎사귀를 세우면서 크는 애와 누우면서 늘어뜨리는 애도 있다.

한 주간 6월이 되자마자 급격하게 올라가는 온도와 습도에 맞춰 화분 정리를 했다.

5월에 맞춰 일부 얼렁뚱땅 맞춰놓은 화분은 신기하게도 티가 났다.

너무 자연스럽고 보기에 괜찮은 조합은 눈에 거슬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자리를 이상하게 잡은 화분들은 다른 의미로 계속 시선이 갔다.

2주를 채우지 못하고 어색한 화분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슷한 양의 흙이 들어가더라도 뿌리의 형태에 따라 화분모양을 달리하니 화초가 전혀 달라 보였다.

한 두 화분이 그런 식으로 좀 더 단정한 모습이 되자 눈에 거슬리던 두 화분만이 아닌 다른 화분들도 모두 엎고 다시 심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봐도 식물을 키우는 과정은 나의 삶을 비춰주는 것 같다. 내 마음의 투사를 안 할 수 없다. 매번 내게 맞는 적절한 삶의 범위를 생각하곤 한다.

어느 정도로 재산의 규모를 늘릴 것인지 여기서 하나 더 가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계산기를 두드리곤 한다. 꼭 당장 이사 갈 것은 아니지만 욕심이 커질수록 상상을 더 많이 해본다. 삶의 질을 높일 때도 하나를 올리면 다른 것도 올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구두를 하나 좋은 걸 맞추게 되면 그에 맞는 옷도 장신구도 저절로 생각이 나듯이 삶에서 내가 어디까지 꿈꿔도 되는지 의뭉스러울 때가 많다.

어떤 화초는 많이 자랄 줄 알고 넉넉하게 준비한 화분은 볼 때마다 흙의 여유가 어색해 머쓱하다.

또 이 화초는 이 정도면 충분할 줄 알고 맞춘 화분이 이미 뿌리가 꽉 차 더 이상 자랄 곳이 없었다.

화분이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적절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아끼는 화초들처럼 내가 사는 이 살림도 사람들 간의 관계도 이 적절한 화분처럼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평생 클 것을 계산하고 너무 큰 목표를 잡는 게 아니라 계절에 따라 화분사이즈를 줄이기도 하듯 나 스스로도 너무 긴 목표를 잠시 두고 순간순간 알아채고 눈떠서 꼭 맞는 화분을 찾아봐야겠다. 언젠가 그 화분 크기도 조절할 만큼 유연한 안목과 나의 인내와 에너지도 그만큼 넉넉히 준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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