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수집하곤 했다.
다양한 시선을 가지면 누구보다 유연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시선을 가질수록 더 많이 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무한한 품에서 보는 시선'과 '인연 따라 그때그때 수집한 유한한 품에서 보는 시선'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 중심이 없을 때, 나는 끊임없이 저울질을 한다.
그래서 이따금 내가 어리석게도 보이다가 어떤 날은 이 정도면 지혜롭다고 스스로를 세워보곤 한다.
결국
한 번은 내가 수집한 모든 시선들을 리셋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나쁘게 해석하면 자살이고 좀 더 성숙하게 발현한다면 생각을 쉬고 그 가벼운 시선으로 삶을 다시 살고 싶다는 자각이다.
그런 바람이 커지면 점점 우울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삶이 무감각해지는 것 같은 무기력증에 빠지곤 한다.
우울증 같은 증세지만 출발하는 마음은 다르다.
내가 변하고 싶은 마음의 우울증은 훨씬 건강하고 자신을 발전시킨다.
아무리 보아도 좋게 보이지 않는 것들은 정리하기가 쉽다.
의외로 내가 좋게 보고 좋아하고 심지어 좋아했다는 것조차 몰랐던 매력적인 것은 정리하고 싶지 않고 정리하기 쉽지 않다.
한 번은 모든 시선을 놓아야 한다. 내가 판단했던 것들을 그 자리에 두는 것이다.
한 가지 판단은 하더라도 두 번째 스토리는 지어내지 않는 것이다.
내 삶을 0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욕심이 그득그득하고 이기심이 가득한 나는
사실
그 어떤 것도 쥐고 싶지 않고 다 내려놓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기회도 용기도 없었을 뿐
더 이상
욕심부리는 나도.
욕심의 대상이 되는 그 무엇도 탓하지 말고.
그저 오늘 하루의 무던함을 보물 삼아 지내고 싶다.
하루를 가득 눈에 담아도 특별한 구분 없는 시선을 느껴보고 싶다.
그 자유한 시선, 생각 이전의 마음자리에 온전히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