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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빼기

by 미니작업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집착을 부른다.


일이든 관계든 일상의 습관을 만드는 것이든 '잘'하려는 의도가 사람을 더 뻣뻣하게 만든다.

의외로 순수하게 기도하고 수행하는 행위도 '잘'하려는 의도가 강해질수록 에고는 더 억압받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 수행은 그저 순수하게 행하면 되는데 자꾸 더 잘 해내려는 욕심으로 수행하면 자꾸 발이 엉켜버리는 것 같다. 수행은 정말로 내가 한대로 그대로 받는 건데 더 잘 꾸며낼 것이 없는 데도 자꾸 뭘 더 잘 얹어서 잘한 것처럼 보이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억압을 느끼면 눌린 만큼 표출하고 싶어 한다.

바다의 파도가 물이 단지 많아져서 높아지는 게 아니듯 그저 눌렸다는 이유로 표출이 강해진다.

감정이 강하게 올라온다는 것은 뭔가 '잘'하려는 의도가 너무 강했을 때 올라오는 반응이다.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더 잘 눌렸다고 생각할 때 그만큼 변화가 되는 것도 있지만 의도가 강할수록 감정과 그 감정에 동하는 현실이 동한다.


그렇게 현실이 일그러지는 느낌이 든다면 감정을 빨리 소거해야 하는 뜻이다.


감정을 어떻게 소거해야 할까?

내 감정이 물이면 반응하지 않고 말려버릴 만큼 따뜻한 바람만 보내주면 된다.

내 감정이 불이면 연소할 에너지를 더 이상 주지 않고 그저 지금 나온 불씨가 잠잠 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잠잠한 물방울 소리가 느껴질 만큼 고요한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해결점은 언제나 그렇든 생각, 감정을 뒤집어 보는 것이다.


'잘'을 빼면 모든 문제가 가벼워진다.


가장 먼저 나부터 가벼워질 것이다. 남들에게도 '잘'이라는 의도를 갖지 않으면 상대가 뭐라고 해도 잘해야 할 의무가 없기에 더 이상 기대도 실망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일 적인 부분은 충실하게 할 뿐이지만 내가 열심히 한다는 생각조차 안들만큼 의도가 가벼워져야 한다.

모르는 부분조차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무니까 말이다.

모자란 부분은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되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두면 차라리 배울 부분이 더 선명해진다. 그때 충실히 배워가면 될 뿐이다. 소화되지 않았는데 몸에 좋다고 계속 넣을 수는 없다. 소화가 됐는지 계속 점검해봐야 할것이다.

나의 모자람에 겸손해지고 타인의 모자람에 이해심을 넓히면 될 뿐이다.



의도를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것.


'잘'을 빼면 모든 문제가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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